현재 국내에 전시장을 보유한 수입차브랜드는 총 24개. 가장 많은 국가부터 일본(7개), 미국(6개), 독일(6개) 순이다.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 프랑스 푸조, 스웨덴 볼보 등이 있으나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중 ‘일본, 미국, 독일’ 삼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 수입차 판매량을 보면 이러한 모습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지난 달 수입차 판매순위 TOP10에는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차가 7개 브랜드를 올렸고, 일본은 토요타, 인피니티, 닛산 등 3개 브랜드를 올렸다. 그 중에서도 BMW는 528, 그란투리스모, 740을 각각 833대, 322대, 224대를 판매하며 1, 4, 7위에 등장해 초강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TOP10을 살펴보면 어디에서도 미국차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한 때 미국차가 국내 수입차 시장을 점령했던 적도 있었다. 판매량 집계가 시작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포드와 크라이슬러가 1위를 번갈아 지키며, 시장을 이끌어 왔던 것. 하지만 1999년 독일산 명품브랜드 벤츠와 BMW에 1위 자리를 내주었고, 2001년 렉서스, 2004년 혼다가 합세하면서 미국차 브랜드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소비자들이 미국차에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정확한 포지셔닝에 실패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수입차=고급세단’의 이미지는 독일차에 내어주었고, 실용성이 높은 수입차 이미지는 일본차가 가져갔다. 연비 좋은 중소형 수입차는 푸조와 폭스바겐 등이 선점했다. 애매모호한 위치에서 동급 경쟁모델과 비교했을 때 뚜렷한 특장점이 없는 편의사양과, 단조로운 디자인, 가솔린 모델 중심의 낮은 연비도 판매율을 낮추는 데 한몫 했다. 추가적으로 A/S가 쉽지 않다는 인식까지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시장에서도 잔존가치가 가장 낮은 수입차는 미국차가 꼽힌다.
중고차사이트 카즈(www.carz.co.kr)에 등록된 미국브랜드의 중고차를 살펴보면 신차가격이 5천만원이 넘었던 중형세단은 3년만에 2,200만원까지 감가됐으며, 동급 국산 SUV와 비슷한 가격대에서 거래되고 있는 닷지 캘리버 역시 불과 2년 만에 1,500만원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비자 수요가 시세에 많이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차의 선호도는 암울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신차시장은 수입차와 국산차간 가격차이가 점차 더 좁혀지는 상태다. 국산차가 수입차에 비해 여전히 경제성에서 우위가 있다고 하지만, 가격을 포함한 브랜드가치 등 만족도에서 수입차가 우세해진다는 의견도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세속에 실내공간을 넓히고, 연비를 개선한 미국차가 새로운 포지션으로 다시금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