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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에쿠스로 '美 고급차 시장' 정면돌파

현대차가 미국 고급차 시장 진입을 위한 방법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 에쿠스를 앞세운 첫 도전이지만 열 번 두드려 열리지 않을 시장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현대차 러시아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양승석 현대차 사장은 11월 초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에쿠스와 관련해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첫 도전인 만큼 장기적 성장전략을 토대로 신중을 기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울산 5공장에서 생산 중인 에쿠스는 다음 달 선적을 시작해 이르면 11월 초부터 미국시장에서 판매에 돌입한다.

에쿠스가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현대차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저렴한 차’라는 이미지를 벗고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 시판되고 있는 쏘나타와 그랜저의 가치도 향상될 수 있다. 에쿠스의 시장진입이 성공한다면 현대차의 성장세에도 가속도가 붙는 셈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에쿠스가 메르세데스-벤츠, BMW, 렉서스 등 많은 고급 브랜드들이 이미 선점한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가 그동안 품질과 시장점유율 면에서 모두 급성장했지만, 6만 달러(약 7000만원) 이상의 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한국산 에쿠스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BMW나 렉서스 고급차를 몰던 운전자가 저렴한 브랜드로 인식되는 현대차의 새로운 대형 세단으로 같아 타는 일이 일종의 모험에 가깝다는 것도 부정적 이유로 꼽힌다.

양승석 사장 역시 “벤츠를 타던 사람들은 벤츠를 타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하고 있어 해외 고급차 시장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에쿠스의 미국 시장 진출은)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열 번 두드리면 열리지 않을 문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차는 에쿠스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하도록 경쟁차종 대비 뛰어난 성능을 앞세워 고객들을 사로잡는다는 전략이다. 가격 역시 경쟁차종인 렉서스 LS460(약 7500만원)보다 낮게 책정할 방침이다.

프리미엄 이미지에 걸맞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도 준비하고 있다. 시승을 원할 경우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차를 배달하는 ‘발레(Valet)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아이패드에 전자책 형태로 제공하는 ‘에쿠스 멀티미디어 태블릿’도 선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쿠스는 미국에서 10대 엔진에 2년 연속 선정된 현대차의 타우엔진이 달려 있어 성능이 경쟁차종을 능가할 뿐 아니라 가격 메리트도 충분하다”며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현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미국시장에서 총 500대의 에쿠스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판매가 본격화 되는 내년에는 2000~3000대 가량을 판매해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