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치열한 현대건설 인수전 어떻게 돌아가나

채권단의 매각공고로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양각구도에 불이 붙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자금력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적통'을 놓고 양 그룹이 맞선 형국이라 이번 인수전을 통해 지난 2000년 그룹 분리 뒤 끊이질 않았던 적통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현대그룹측이 왕 회장과, 고 정몽헌 현대그룹회장의 생전 모습을 활용한 공격적인 CF전을 전개하면서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현대그룹은 자산을 통해 2000년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당시 정몽헌 회장이 4천400억 원에 이르는 사재를 쏟아 부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해 헌신적 노력을 했음을 강조하며 현대기아차그룹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해 제2의 형제의 난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점쳐지고 있다.

한편 단독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현대기아차그룹측은 장자인 정몽구 회장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한편, 범 현대가의 암묵적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현대건설 인수전에 유리한 입장을 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 채권단의 매각공고 이후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 몇 가지를 간략히 정리해봤다.

현대건설 인수, '왕 회장' 법통 이어받기 '마지막 잣대' 인가
현대기아차그룹 "현대건설 인수는 철저히 경제논리에 따라"

이번 인수전의 최대관심사는 현대그룹, 현대기아차그룹 간 벌이는 적통대결이다. 고 정주용 회장을 전면에 앞세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의 명분을 고인이 된 '왕 회장'의 법통에 옭아맨다는 전략이다.

매각 가격을 둘러싸고 인수참여 기업 간 힘 싸움으로 요약된다면, 현대건설 인수전을 둘러싼 명분싸움은 번외경기로 열기를 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M&A전문 컨설턴트는 "실상 범 현대가의 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과 왕 회장 및 고 정몽헌 회장을 전면에 앞세운 현정은 회장 간의 명분 싸움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라며 "고 정주영 회장의 유지를 받아 대북사업을 지속했던 점, 현대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때 사재를 털어 위기에서 구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명분 싸움에서는 현대그룹이 한수 먹고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000년 당시 현대기아차그룹에서 주주가치에 반한다는 점을 이유로 현대건설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적이 있어 명분론에서 현대그룹에 못 미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은 이런 현대그룹의 도발에 대응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정몽구 회장이 범 현대가의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적통성'에 대한 현대그룹의 도전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내부적인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 내부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전은 순전히 '실리'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라며 "현대건설을 글로벌 기업으로 격상시키고, 범 현대가의 내부결집을 위한 작업이기 때문에 철저히 경제논리에 따라 인수전이 정리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인수 위한 '실탄'이 관건

한편 전문가들 사이에선 제2의 형제의 난을 방불케 하는 두 그룹 간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상 인수합병의 성패여부는 '매각가격'에 달려있다는 점을 들어 누가 '실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가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가 인수에 성공한 대우인터내셔널과 함께 올 들어 최대 매머드급으로 분류되는 현대건설의 매각 지분은 약 3천888만주(34.88%)로 시가로는 2조7천409억원(9월 24일 종가 기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30∼40%의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더해지면 매각 대금은 3조5천억∼4조원대를 호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최근 현대건설이 해외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형국이라 매각 가격은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론이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채권단에 따르면 연내 본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어 최대 4조원의 매각가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하지만 현대건설의 약진이 거듭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가가 이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황이 이렇게 돌아갈 경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할 공산이 크다"라며 "자금 사정에서 현대그룹보다 현대기아차그룹이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지난 17일 법원의 판단에 따라 현대그룹이 '13개 국내 금융권의 신규 여신 중단 및 만기 여신 회수란 공동제재가 해소'라는 호재를 만난만큼 반격이 거셀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호재에도 불구, 현대그룹 내 자체 자금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투자자산 등을 더하면 약 1조원 안팎이라는 점이 최대 약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유동성 확보에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라며 "하지만 컨소시엄 파트너로 국내외에서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를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해 자금 확보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 자체 보유하고 있는 자금 또한 현대건설 인수만을 위한 '탄환'인 만큼 향후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들의 후방 지원이 병행되면 현대기아차그룹과 충분히 싸워볼 만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미 4조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현대기아차그룹에 현대중공업 등의 측면 지원이 가세하면, 인수를 위한 '실탄'싸움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