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지분을 놓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현대건설 인수전에 본격 참여한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의 참여 의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분명히 했다.
27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공식화 하자 “예상은 했지만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인수전을 둘러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간 양자 구도가 뜨거워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날 오후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의사를 밝힌 직후 현대그룹 측은 발표문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0년 현대건설이 어려웠을 때 지원을 외면했다”고 지적하며 현대차그룹의 인수 의지 공식화에 불만을 표시했다.
다만 “인수 계획이나 전략 등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며 “오래전부터 인수 준비를 해온 만큼 일정에 따라 차분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일찌감치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등 계열사 공시를 통해 현대건설 인수의사를 밝힌 현대그룹은 현대차그룹의 참여가 이미 예상했던 수순이었던 만큼 기본 전략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측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골드만삭스와 HMC투자증권을 인수자문사로 선정하며 현대건설 인수전이 양각구도로 흐를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 돼 있었다”라며 “현대차그룹의 인수전 공식참여가 유감이긴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 작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는 “우리도 예정대로 10월1일 이전에 현대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현대건설 인수의사를 밝힌 곳은 현대그룹, 현대차그룹 2곳뿐으로 현대건설을 둘러싼 양 그룹 간 집안싸움이 거세질 전망이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1월12일 본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늦어도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본 계약 체결을 끝내 현대건설의 새 주인을 가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영부실로 9년 전 채권단에 현대건설을 내줬던 현대그룹입장에서 경영권 안정화, 사업 다각화, 신성장 동력 창출 등을 위해 현대건설 인수가 핵심인 만큼 현대건설이 예고한 본 입찰 기간까지 전사적인 역량을 결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그동안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오며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공격적 TV광고를 통해 현대차그룹에 맞불을 놓았던 현대그룹은 이번 인수전을 ‘적통’ 계승으로 몰고 갈 전략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M&A컨설턴트는 “인수를 위한 실탄 측면에서 분명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에 비해 열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줬고, 정몽헌 회장이 생전에 경영난에 빠진 현대건설을 살리고자 사재 4천400억원을 출연했던 점을 강조한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양각 구도로 압축된 만큼 제2의 형제의 난이 벌어질 수도 있다”라며 “두 그룹 간 극적 타결이 없는 한, 이번 인수전이 올 하반기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