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국유 Anglo Irish Bank의 신용등급이 3단계 강등되면서 유럽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는 아일랜드 주요 은행들의 부실이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된 것이다. 더욱이 유로존에서 아일랜드의 누적 정부부채 규모는 7위에 불과해 재정긴축안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건전성은 2011년에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20억 유로 + 70억 유로 추가투입 거론
지난 27일 Moody’s에서 아일랜드 Anglo Irish Bank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3으로 3단계 강등했다.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럽계 은행들의 부실과 정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재 확산되고 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것은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금융권 및 정부 부실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며 "8월 이후 아일랜드 국채10년물의 CDS Premium은 124.2% 급등했고, 아일랜드 주요 3대 은행의 CDS Premium도 평균 73.0%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신용등급이 강등된 Anglo Irish Bank의 경우 2010년 내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원금과 이자는 34억 유로이며, 나머지 2개 은행들의 총 상환액도 28억 유로에 달한다. 단기적으로 위 은행들은 ECB에서 제공하는 긴급 대출시설을 사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본확충과 충당금 설정으로 부실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이미 국유화된 Anglo Irish Bank의 경우 기 투입된 220억 유로를 제외하고 최악의 경우 70억 유로의 추가투입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아일랜드 은행부실,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로 연결
아일랜드의 주요 3대 은행들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동산시장 침체와 모기지 부실화로 경영난을 겪었다. Anglo Irish Bank는 2009년1월16일에 국유화됐으며, 나머지 2개 은행 주가도 급락했다. 금융위기 이후에 아일랜드 은행들은 회복세에서 제외됐다. EPS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ROA와 ROE 같은 수익성 지표들도 회복세가 제한적이다.
아일랜드의 2010년 명목GDP는 1655억 유로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 정부가 Anglo Irish Bank에 70억 유로를 추가 지원할 경우 2010년 77%로 예상되는 누적정부부채는 4.2%p 상승하게 된다. 더욱이 주요 3대 은행들의 자산총계는 2009회계연도 기준으로 4697억 유로에 달한다. Anglo Irish Bank는 3대 은행 중 가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나머지 2개 은행의 지원이 요구될 경우 더 많은 지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아일랜드 정부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강한 재정 긴축안 발표 효과 없어
유로존 16개국 중 아일랜드의 누적 정부부채 규모는 7위에 불과하다. 2011년 예상 수준으로 아일랜드보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큰 국가는 그리스, 이탈리아, 벨기에, 포르투갈, 프랑스를 꼽을 수 있다. 프랑스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들이 재정긴축안을 발표했으나, EU 추정에 의하면 2011년에는 전반적으로 누적 정부부채 확대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유로존 국가들 중에서 그리스와 아일랜드는 문제제기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온 것으로 판단되지만 재정불안이 아일랜드와 흡사한 포르투갈은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포르투갈은 강력한 재정 긴축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8월 이후 CDS Premium이 78.6% 급등했으며, 국채 스프레드도 152.5bps 상승해서 아일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향후 시장의 초점이 아일랜드 은행부실에 맞춰질 것이나 포르투갈의 재정불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