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초 채권시장은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추석연휴 이전 위험관리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환매수에 나서면서 금리하락세로 출발했다. 미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환율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추석연휴 이후에만 원/달러 환율은 30원 넘게 하락했으며, 이러한 가파른 원화강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채권금리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변수 영향력 높아지는 패러다임 변화
어느새 채권수익률이 역사상 저점 수준까지 하락하자 한편에서는 금리수준의 적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생겨나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6%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물가상승률보다도 낮은 현재의 채권수익률이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전통적으로 적정금리 수준을 판단했던 국내 성장률과 물가변수를 고려하면 현재의 금리수준은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과거의 잣대로 적정금리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국내변수보다는 대외변수의 영향력이 높아지는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국내 채권시장은 대부분 국내기관의 투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대외변수보다는 국내변수가 채권시장에 주요한 영향을 미쳤지만, 2007년 이후에는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늘어나면서 대외변수의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성장성과 재정건전성을 겸비한 한국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과거 주식시장에 집중되었던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제는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유입되고 있어 금리하락 압력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은 국내변수보다는 대외변수의 영향력이 커지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저금리에 익숙해진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확대됨에 따라 국내 채권수익률도 한 단계 level-down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는 경제상황이 과거와 유사하더라도 금리수준은 과거보다 크게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금주 채권시장을 국고채 3년물 3.15~3.35%, 국고채 5년물 3.45~3.65%의 레인지 속에 단기적으로는 가파른 금리하락에 따른 숨고르기 장세로 예상하고, 대외변수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감안하면 금리하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