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9일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을 그룹조직을 이끌 책임자로 임명하며,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을 삼성물산 건설부문 고문으로 임명하는 등 과거 전략기획실 일부 임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 언급이 있은지 이틀만에 발표된 것으로 재계는 예상보다 이른 발표에 놀라는 기색이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날 오후에 긴급브리핑을 열고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이건희 회장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다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며 인사를 단행했다"며 "조만간 과거 전략기획실에 오래된 일부 임원들에 대한 인사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삼성은 지속적으로 언론에서 제기해왔던 전략기획실 부활을 공식적으로 공표한 셈이다. 게다가 이인용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3월 복귀하신 후 그룹 조직을 만들겠다는 것을 계속 생각해왔다"고 밝혀, 이 회장은 오래전에 결정한 사안에 대한 발표 시기를 조율했던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실은 지난 2008년 4월 '삼성쇄신안' 발표 및 이회장 퇴진과 함께 해체됐던 곳으로 호암 이병철 창업주 시절 비서실로 출발해 한때 삼성의 전 계열사에서 파견된 100여명의 임직원이 각 사의 경영계획과 재무·인사 등을 맡아 왔었다. 특히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해온 이건희 회장 경영 체제의 핵심과도 같은 조직이었다.
이처럼 공식적인 해체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4일 이 회장의 삼성전자 회장 복귀와 8.15 특별사면에 삼성전자 이학수 고문·김인주 전 삼성 전략기획실 사장이 포함되면서 전략기획실 부활설이 계속 대두돼 왔었다.
단 이건희 회장은 전략기획실의 부정적인 여론을 염두해,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며 아들인 이재용 부사장 체제를 견고하게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신중하고 치밀한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제1회 유스올림픽 참관을 위해 싱가폴을 찾았던 지난 8월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냐는 의견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재용 부사장·이부진·이서현 전무 등 삼성그룹 오너 一家뿐 아니라, 이학수 전 고문도 이건희 회장을 보좌하기 위해 출국했었다.
당시 재계는 이들이 싱가폴 회동을 통해 전략기획실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예측했었으며, 그 예측이 현실화된 것.
또한 이건희 회장이 올해 내내 거론해왔던 '삼성의 위기'도 '젊은 인재'의 대표로 표현할 수 있는 이재용 체제로 이어지기 위한 발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시대 변화가 빠르다. 판단력과 결단력도 그만큼 빨라야하기에 젊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젊은 리더쉽의 이재용 부사장과 21세기 삼성전자를 먹여 살릴 신사업 사업 단장을 맡고 있는 김순택 부회장의 만남은 신중한 이건희 회장이 내린 최선의 결론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이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진 않을 테지만, 삼성그룹 인사를 통해 이재용 체제를 굳건하게 한 뒤 내년에는 좀 홀가분하게 전경련 회장으로 활동하지 않겠냐"고 예측하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재용 부사장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확실히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이재용 부사장이 성공적인 경영을 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