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에 따르면 조경민 오리온 전략담당 사장은 그룹 위장 계열사 I사로 하여금 2002년 10월부터 2006년 5월까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 등 외제차량을 리스해 담철곤 회장과 계열사 김 모 대표 등에게 제공했다.
비자금 마련을 위해 조 사장은 2006년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를 납품하는 '위장 계열사'인 I사 지분을 홍콩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P사로 넘기는 작업을 지휘했다. 그는 I사의 중국 내 우량 자회사인 L사를 P사에 싼값에 팔게 한 뒤, P사가 L사로부터 받은 주주배당금을 활용해 I사 지분을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조 사장은 I사의 또 다른 중국 자회사들로부터 200만달러(20억원)를 횡령해 P사에 건넸다. 그 뒤 P사는 53억3400만원의 가치를 가진 L사 지분을 불과 22억원에 '헐값 매수'함으로써 모회사인 I사에 손실을 입혔다. 검찰은 조만간 담철곤 회장도 소환해 비자금 조성 등을 지시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조 사장은 김모 I사 대표에게 지시해 회삿돈으로 2002년 10월부터 2006년 5월까지 외제 차량을 리스해 담 회장 부부에게 제공했다. 리스비용 뿐 아니라 보험료, 자동차세 등 5억7181만원을 회삿돈으로 충당했으며, 외제차들은 담 회장 일가의 자가용처럼 쓰였다.
조 사장도 2004년부터 '포르쉐 카레라 GT' 등 외제 스포츠카 3대를 I사 돈으로 리스하게 하고 자동차세와 보험료 등을 부담시키며 3년간 자가용처럼 몰고 다녔다. 총수 일가와 조 사장이 사적으로 쓴 자동차 비용만 19억7163만원으로, 이는 오리온이 고급 빌라 신축사업에서 빼돌린 비자금 40억6000만원의 절반에 가까운 돈이다.
한편, 담 회장은 이 차량들을 자녀 통학용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전했으며, 비자금을 조성하고 회사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등으로 조 사장을 구속기소했다.
오리온 그룹(Orion Group): 1956년 동양제과공업(주)를 창립한 이래 제과를 중심으로 성장, 현재는 영화·케이블방송·외식·스포츠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발전했다. 현재 베니건스, 온미디어등 외식·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과자업의 해외진출에 힘쓰고 있다. '초코파이', '닥터유', '고래밥', '오뜨', '다이제', '포카칩', '마켓오', '오감자', '오징어땅콩', '초코칩쿠키' 등 국내 과자업계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유력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