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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사태, 상환의 현실성에 더욱 무게

그리스 사태 해결을 위한 유럽 정부와 은행 간의 논의가 차환 등 단기간 위기를 늦추는 것에서 부채 부담을 아예 줄여주는 쪽으로 다시 선회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 처음부터 그리스가 갚을 만한 계획으로 나가야

2주 전 프랑스 은행들이 향후 3년간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국채에 재투자하자는 제안으로 시작된 논의는 그리스 국채의 대규모 할인 거래를 통해 약 3500억유로 규모의 부채를 줄여주는 방법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식 해법'은 오는 2014년 중반까지 만기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에 대해 70% 상당부분을 대규모 할인거래를 통해 30년물 국채로 교환하는 방안이다.

민간투자자들의 그리스 지원 방안으로 유력하게 떠올랐던 이 해법은 만일 이 방안이 실행되면 그리스 국가신용등급을 '부분적 디폴트(SD)' 등급으로 떨어뜨릴 것이라는 국제 신용평가회사들의 경고에 부닥쳐 후속논의가 가로막힌 상태였다.

이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부채 감축에 대한 논의는 잠재적으로 변형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오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다시 회동할 예정으로 유럽 구제금융펀드를 통해 그리스 부채매입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포함, 이미 기존에 제안된 바 있으나 보류되었던 다양한 대안들도 재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각국 견해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확정적인 방향을 잡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 남유럽 전체로의 리스크 확대 방지를 위한 것

한편 WSJ은 "포르투갈, 스페인 및 이탈리아처럼 자국 경제 상황이 그다지 썩 좋지 않은 유로국들도 그리스가 선별적 디폴트 시에 그 여파가 해당 국가들에게 덮칠 수 있어 유로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이유로 해석하면서 “그리스 2차 구제논의가 채권 직접 매입을 포함해 근본적인 채무 경감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32억 유로의 승인은 상징적인 부분일 뿐…보다 현실적 방안 강구해야

지난 8일 국제통화기금(IMF)은 마지막 구제금융 지원 분인 32억 유로를 승인했고 그리스가 그동안 일부 진전을 보였지만 유럽 국가나 민간부문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유로존의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유로존 구제금융펀드인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을 통해 할인된 장부가치로 그리스 국채를 사들이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제안은 올해 초 독일이나 네덜란드 등의 반대에 부딪히며 무산된 바 있다고 전하며 "유럽중앙은행(ECB)이 직접 매입하는 방안 역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부펀드를 할인된 그리스 부채의 잠재적인 매수자로 모색하는 안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980년대 "브래디플랜"과 같은 채권 교환도 논의 사항에 포함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 7일 유럽연합(EU)과 민간금융단은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논의에서 결론을 짓지 못했지만, 그리스 국채 재매입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 브래디 펀드는

1980년대 초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국가들이 외채 상환불능 상태에 빠지자 니콜라스 브래디 前 美재무장관이 1989년 각국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안한 장기채권을 말한다.

원금상환 실패로 채권국의 손실이 크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상환기간을 25~30년으로 늘려 이자율도 낮춰줘 남미 국가들을 회생시키고 상환이 당장 불가능한 상태에서 장기 전환을 통해 안전 회수하는 목적이 있다.

장기 전환을 통한 원금 회수가 목적이므로 발행국의 상황에 따른 리스크도 크나 투자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