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싼 정치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간)에 예정되어 있던 하원 표결마저 연기돼 현재 최상위 등급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주목하고 있는 재정 지출 삭감 규모가 기대에 크게 못치고 있는 상황이며, 막판에 부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더라도 촉박한 시한으로 인해 임시방편에 가까운 협상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트리플 A로 최고 수준인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경우, 상당한 충격이 예상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미국 정부는 국채 이자 부담이 늘어나고 일반 국민도 차량 구매에서부터 주택담보 대출(모기지)에 이르기까지 이자 부담을 늘려야 한다. 국채 발행 비용이 비싸져 금리가 오르고, 신용카드와 학자금 대출 등 각종 이자부담도 덩달도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돼 경기가 악화된다. 이로 인해 미국의 경기회복이 늦어지게 되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미국을 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디폴트 사태 없이 신용등급만 강등될 경우에는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일본 국가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에서 강등되었지만 충격이 거의 없었다.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이클 페롤리도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더라도 정부 부채 한도만 증액되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시한인 8월 2일까지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아 디폴트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다.
만약에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AP는 미 정부가 사회보장 혜택과 건강보험, 국방계약 분야 등에 우선 지출하게 되면 연방 공무원과 군인 등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고 범죄자 추적을 위한 예산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미국 정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은 이번 주말이 가장 큰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