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지난 2007년 4월 타결된 이후 진통을 거듭해 온 한ㆍ미 FTA 비준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국 의회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지도부가 3일 한국.콜롬비아.파나마 등 3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의 다음달 처리 방침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가부채 상한 증액 협상 등으로 인해 8월에 처리가 무산된 한미 FTA에 대해 9월 중에 의회 비준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의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리드 대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의회 휴회 직후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안을 처리한 뒤 3개 FTA 이행법안을 처리하는 `추진계획(path forward)'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던 리드 대표는 "나는 FTA를 지지한 적이 없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TAA 문제가 처리될 때까지"라는 전제를 달아 TAA(무역조정지원 제도) 연장안 처리를 조건으로 FTA 이행법안 처리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화당의 매코넬 대표는 "나는 TAA를 지지하지는 않으나 이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혀 더이상 TAA 연장에 대해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양당은 백악관이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TAA를 한미FTA 이행법안의 부분으로 포함시키지 않고 별개 법안으로 제출하되, 공화당은 백악관의 요청대로 TAA와 한미 FTA의 병행 처리를 보장해 양측이 실리와 명분을 각각 취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양당의 상원 원내대표가 이처럼 추진계획에 대한 합의를 공식 발표함에 따라 다음달 가을 회기가 시작된 직후 한국 등과의 FTA 이행법안 처리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 의장도 이날 성명을 통해 "상원에서 추진계획이 합의된 것은 큰 장애물이 사라진 것"이라고 평가한 뒤 "무역협정 비준을 더이상 지연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하원도 조속히 이행법안을 처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무역대표부(USTR) 론 커크 대표도 성명을 내고 "리드, 매코넬 원내대표가 FTA와 TAA 문제에 대한 추진계획에 합의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커크 대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적했듯 한국 등과의 FTA는 수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면서 "행정부는 9월 이행법안 처리를 위해 의회 상.하원 지도자들과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이날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9월 처리 방침에 대해 '환영' 논평을 냈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는 3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미 의회가 한·미 FTA를 당초 알려진 대로 8월 휴회 전에 처리하지 못한 것은 우리 정부의 기대에 못미치지는 것이지만 미 행정부와 상원 지도부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9월 미 의회 개회 후 한-미 FTA가 인준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