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 '참을 수 없는 지도자들의 가벼움'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지난 2주간 금융시장의 모습이 지도자가 없는 전쟁터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쟁에서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알려주고 이끄는 사람이 없다면 사기가 꺾인 병사들은 공포와 방향 상실의 먹잇감이 된다"며 금융시장의 투자자들의 모습이 지도자 없는 병사들과 같다고 표현했다.
FT는 구체적으로 "주식시장의 두자릿수 하락과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의 강세,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이자율 상승 같은 최근 시장의 흔들림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격동의 시기에 안전을 찾아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이러한 모든 문제들이 결국은 지도자들의 부재로 인해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있지만, 전쟁터에서(경제 위기에서) 병사들을(투자자들을) 올바로 인도해줄 수 있는 진정한 지도자는 없다는 것이다.
FT는 이에 대해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경제 뉴스와 정치인들의 반응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급격한 성장둔화의 신호가 축적되고 있었지만, 미국에서는 부채 상한을 두고 꼴사납고 불필요한 언쟁이 벌어졌고, 유럽에서는 국가 신용시장의 큰불을 꺼야 하는 상황에서 물총의 크기를 놓고 지속적인 말다툼을 벌였다"며 경제 위기에 대해 전혀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선거를 통해 뽑힌 정치지도자들을 비판했다.
FT는 또 경제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유로존 문제 해결을 위한 자신들의 조치에 대해 '건설적인 모호함'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방향성을 잃고 긴장감이 커지는 시기에 모호함만큼 가장 비건설적인 것도 없다"고 비난한 것이다.
신문은 이어 "2009년 초 이후 세계 지도자들이 세계 경제를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장에 확신시켜주지 못했다"며 "또다른 리먼 사태를 가져올 수 있는 이탈리아 국채 문제에 대해 유로존이 자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유로존 구제금융기금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주장에 주의를 기울이며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