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일본은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의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불안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또 이번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떨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엔고가 가중되어 동일본대지진의 복구와 부흥을 서두르고 있는 경제에 타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 외환보유국인 일본은 1조1천378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상당 부분 미국 국채에 투자하고 있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채권가격이 떨어질 경우 입을 피해에 대해서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미국 신용등급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6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소식을 속보로 신속하게 전하고 미국의 대응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했다.
이 통신은 그리스 등 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에 이어 미국의 채무 문제가 국가 신용등급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국채에 대한 신용불안을 키워 국제 금융시스템이 동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세계 경제의 대혼란을 피하기 위해 재정건전화와 경기악화 방지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극복할 책임이 있다"며 미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시장의 불투명성을 한 층 높였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과거 70년간 최고등급이 유지된 미국의 신용등급이 무너지면서 세계 각국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채권의 가격이 하락해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제 금융 불안이 심화하면서 일본이 지난 4일 단행했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의 효과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재무성은 지난 4일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4조5천억엔(약 60조원)을 풀어 달러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엔화는 77엔대에서 78엔대로 1엔 밖에 떨어지지 않아 강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거기에다 미국의 신용등급마저도 하락, 엔화의 강세는 더 심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와 유로화의 절하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으로 인해 일본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엔화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NHK방송은 "미 달러화의 신인도가 저하될 경우 엔고가 진전되면서 금융시장의 새로운 파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MBC닛코증권의 고바야시 히사츠네 국제시장분석부 부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어느 정도 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에 영향이 제한적일 수도 있다"면서 "다음주 열리는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가 초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