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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G3화폐 지고, S3화폐 뜬다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과 유로의 채무 위기, 그리고 중국의 성장 둔화를 계기로 G3로 불리는 미국-독일-중국의 통화에 모아져온 환 투자자의 관심이 이른바 '그림자 통화 3강'(3S)인 스위스 프랑과 호주-캐나다 달러로 옮겨지고 있다."

UBS의 외환 전략 책임자 만수르 모히-우딘은 '굿바이 G3! 헬로 S3!'란 제목의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미국과 중국 및 독일의 전망을 걱정하기 시작한 투자자들에게 "스위스 프랑, 호주 및 캐나다 달러들이 대안의 그림자 통화(대체통화, Shadow currency)로 관심을 끌면서 최근 시장에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기고에서 환시장에서 통상적으로 이들 G3 통화가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으나 달러, 유로 및 엔의 위상이 이전에 비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스위스 프랑과 호주-캐나다 달러라는 대안 통화가 상대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S3통화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강세를 보이며 위세가 약해진 G3를 대체하고 있는 추세다. 주요 경제국에 투자할 때 전통적으로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 등이 쓰였지만, 이제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스위스프랑, 캐나다ㆍ호주달러로 갈아타고 있다.

거래가 늘어나면서 이들 통화의 절상도 이뤄지고 있다. 스위스 프랑은 올들어 미국과 유로화 대비 사상최고로 절상돼 지난 3일 스위스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시장개입을 촉발시켰으며, 호주 달러는 미 달러 대비 30년래 최고로 치솟았다. 캐나다 달러 또한 사상최고 수준이다.

물론 G3에 비해 S3가 아직은 환시장의 핵심인 유동성과 중앙은행 보유률에서 크게 뒤지기는 하지만, 투자상의 실질적 이점이 이미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S3가 무역 비중에서 G3와 상당히 연계되어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캐나다의 경우 수출의 4분의 3이 미국행이며, 스위스 수출의 4분의 1을 독일이 차지하고 있는 것, 호주도 중국 수출 비중이 25%대로 커 그동안 중국의 고속 성장으로 인한 부수 효과를 톡톡히 봐왔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밀접한 연계성은 '위임 통화' 성격도 짙게 해 캐나다 달러의 경우 미국 달러, 스위스 프랑은 유로(정확히 옛 도이치 마르크), 그리고 호주 달러는 위안화의 대안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히-우딘은 또 S3가 이러한 이점과 함께 각각 연계된 G3의 재정 취약점과는 분리되어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캐나다의 경우 중앙은행이 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해 통화 정책 정상화에 착수한데 반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여전히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를 더 부추기기 위해 논란 속에 이미 두 차례의 '양적 완화'를 강행하는 대조를 이뤘음을 지적했다.

중국도 호주처럼 국내총생산(GDP)에서 채무가 차지하는 비율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호주의 경우 중국처럼 지방정부 채무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 유리한 점이라고 밝혔다.

스위스의 경우 독일처럼 재정이 양호해 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몇년 GDP 대비 부채율이 50%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지적됐다. 또 스위스가 독일에 비해 유리한 점은 독일이 유로권 '맏형'으로 역내 채무 위기국들의 고통을 나몰라라 할 수 없는데 비해 스위스는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중앙은행이 3일 전격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달러와 유로 등에 대해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은 스위스 프랑화 가치를 떨어뜨린 것도 이런 자유로운 운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히-우딘은 S3가 모두 자유 태환 통화란 점도 강조했다. 이에 반해 위안화의 경우 중국이 여전히 통제되고 있음을 그는 상기시켰다. 중국은 자본 유ㆍ출입에 대한 규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위안은 미 달러대비 고정환율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S3의 한계점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유로존의 재정위기에 독일이 더 깊게 말려들 경우 스위스 프랑에도 여파가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만약 '경착륙'할 경우 경제가 깊게 연계된 호주 달러도 흔들리게 되며, 미국이 금융시장 일각의 우려대로 더블딥에 빠질 경우 캐나다 달러도 영향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화폐가치가 지나치게 과대 평가될 경우 자국 기업들의 수출실적을 떨어뜨려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