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미국발(發) 재정불안으로 강풍이 몰아쳤던 국내 금융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OMC는 한국시각으로 10일 새벽 회의를 마친 뒤 배포한 성명에서 "미국 경제 성장세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둔화되고 있다"며 "오는 2013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시장 일각에서 기대했던 국채 추가 매입은 없었지만, 이례적으로 특정 기간을 정해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FOMC의 의지에 대해 금융시장에서는, 특히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어떠한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10일 증시는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FOMC 호재로 국내 증시 반등하나
먼저 FOMC의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출발한 뉴욕증시는 성명 발표 직후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9일 오후 2시50분(미 동부시각) 현재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다소 하락한 10,791.84에서 거래되고 있다.
반면 나스닥 종합지수는 0.78% 오른 2,376.12,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0.13% 상승한 1,120.86에서 각각 움직이고 있다.
FOMC의 발표 이전 장을 마친 유럽 주요 증시는 일단 기대감 속에 폭락 장세를 벗어나며 진정 분위기를 보였다.
오전 개장 직후 저가 매수세에 힘입어 잠시 상승세를 탔던 유럽 증시는 유럽 재정위기 지속 가능성 속에 아시아 장세의 폭락 소식에 곧바로 하락하기 시작해 한 때 큰 폭으로 내렸으나 FOMC가 열린다는 기대감에 반전되면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89% 상승한 5,164.92로 장을 마쳤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도 1.63% 오르면서 3,176.19로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지수는 0.10% 떨어진 5,917.08로 약보합세로 장을 종료했다.
이제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국내 금융시장의 향방이다.
9일 중 코스피는 하락률이 10%에 육박했고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나, 오후에 FOMC 회의에서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으로 막판에 낙폭을 줄이며 1,800선을 방어했다. 10일의 국내 금융시장이 주목되게 됐다.
◇"불안 진정 효과..근본적 해결은 아냐"
전문가들은 FOMC가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진정시키는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FOMC가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 경제성장에 대한 그간의 스탠스(입장)가 변화했음을 먼저 드러냈다"면서 "오는 26일 와이오밍 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의 연례 심포지엄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박혁수 애널리스트는 "정책당국이 경기에 상당히 신경 쓰고 있고, 경기를 부양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FOMC의 조치가 예상보다 미비했다는 판단이 우세해지면 뉴욕증시가 급반락한 것처럼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명활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아시아 시장은 FOMC의 회의 결과에 굉장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생각되면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FOMC의 조치만으로는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현 상황이 경기만의 문제라면 FOMC의 조치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은 소버린리스크(국가부도위험)도 상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근본적·장기적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가 예전 수준을 회복되고 채권 쪽에서도 투자자들의 심리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려면 미 당국은 경기에 대한 우려뿐 아니라 소버린리스크 측면에서도 시장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애널리스트는 "미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어 통화를 마냥 풀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증시가 잠시 반등할 것으로 기대할 순 있으나 장기적인 추세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