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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유사에 '주유소 공급가 자료 내놔' 초강수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지식경제부가 치솟아 오르고 있는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 정유업계를 다각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유사에 개별 주유소 공급 가격에 관한 자료까지 요구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주간 평균 공급가격을 공개할 때에도 반발했던 정유사들은 "영업기밀 자료까지 제출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정유사에 주요소 공급 가격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기 전에, 지경부는 지난달부터 서울 180여곳의 주유소 회계 관련 장부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기름값 ℓ당 100원 할인 조치가 끝난 직 후 서울을 중심으로 소매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예상보다 훨씬 크게 치솟자, 주유소와 정유사 중 어느 쪽이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렸는지 보겠다는 의도에서 회계 장부에 대한 분석에 나선 것이다.

그러다 주유소의 장부만을 봐서는 제대로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워 교차분석하겠다며 정유사에게 개별 주유소 공급 명세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유사의 개별 공급 내용을 입수하면 정유업계의 이윤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돼 업계로서는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경부의 요구 사항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자료를 조금씩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과거 석유가격 공개 사이트인 오피넷에 정유사의 공급가를 공개하는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에도 겨우 주간 전국평균 공급가만 공개하는 것으로 정리됐는데, 개별 주유소에 판매한 가격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지경부가 최근 계속 주유소 개별 공급 자료를 요청해 자료를 내야 할지 검토 중"이라며 "이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자료 요구를 정유사로 하여금 석유제품 공급가를 낮추게 하기 위한 노골적인 압박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압박 탓인지 기름값 할인 종료 이후 한 달간 줄기차게 오르던 보통 휘발유 값은 8일 ℓ당 1천954.13원을 기록하며 전날에 비해 0.1원 내린 데 이어 9일에도 오후 6시 기준으로 1천953.16원까지 하락했다.

정유업계의 불만에 대해 지경부 석유산업과 관계자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정부가 필요하면 정유사로부터 영업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게 되어 있고, 자료를 공개해도 원자료를 재가공해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공개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