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 그동안 미국이 금융개혁을 통해 신용평가업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온 것에 대한 반격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MSNBC는 "그동안 진행되어온 미국 정부와 신용평가업계 간의 마찰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이번 등급 강등의 이면에 깔린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S&P가 미 정부에 대해 모종의 반감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고 10일 보도했다.
MSNBC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현재 신용평가사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부실한 신용등급 심사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신용평가업계는 그동안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전에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지 못하고 우량 등급을 무분별하게 남발해 위기를 초래하는데 한몫을 했다는 대내외의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 때문에 위험도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이해 상충'의 문제, 소수 업체가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독과점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돼 미국의 금융개혁 과정에서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지난 4월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ㆍ미시간)이 내놓은 6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비윤리적 수익추구 행위를 언급한 신용평가업체 내부 직원들의 이메일에서부터 신용평가업체가 은행들만큼이나 주택시장의 거품 조성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신용평가업체들의 온갖 부당한 관행과 행위가 총망라돼 있다. 이로 인해 신용평가업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층 높아졌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는 신용평가업체들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부실한 신용등급 심사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이 포함됐고,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의 실행을 위한 세부 규정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MSNBC는 이런 분위기에서 궁지에 몰린 S&P가 미국 정부와 정치권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행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에 대해 데이비드 워긴 S&P 대변인은 "금융개혁법과 이번 우리의 결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S&P는 자신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미국의 신용등급은 AAAA 등급감이며 S&P의 강등은 명백한 "실수"라고 비판했던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 보복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