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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은행에 자금 과다 예치... 좋은 신호 아냐"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돈은 많이 풀렸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인해 ECB가 저금리를 실시하고 있음에도 유로의 은행들이 ECB에 돈을 예치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이사회 멤버인 오드발트 노워트니 오스트리아 중앙은행장은 9일(이하 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라디오 회견에서 유로 은행들이 ECB에 예치하는 돈이 크게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위기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은행 붕괴 때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시중은행이 시장 불안 때문에 자금을 굴리기보다는 이자는 낮지만 안전한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은 당시와 똑같다면서 이것이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고 AFP가 전했다.

ECB는 지난 5일 웹사이트에 올린 집계에서 유로 은행들이 ECB에 예치한 자금이 1천348억3천만유로로 지난 2월 이후 최대 규모였으며, 지난 달에 비해 특히 크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AFP는 "ECB가 시중은행 자금 유치에 지급하는 이자율이 0.5%여서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는 가장 안전한 자금 운용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만큼 시중은행의 여신이 위축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뉴욕 멜론 은행은 지난주 엄청난 현금이 은행에 예치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예치금이 5천만달러가 넘는 경우 이례적으로 수수료를 부과키로 했다.

씨티뱅크 관계자는 "미국이 디플레에 빠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시각이 일각에서 이어져 왔다. 그런 맥락에서 취해진 선제 조치다"라고 분석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과거 디플레가 시작될 때 이처럼 현금 예치가 급증해 수수료를 부과한 적이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경제 위기 속에 자금시장이 경색되는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