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의 경제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은행들의 감원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해의 감원은 2008년의 금융위기 때와는 달리 은행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뉴욕멜론은행의 봅 켈리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수입이 신장돼 왔지만 비용도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약 1천500명의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은행 전체 인력의 3% 수준이다.
켈리 CEO는 "아직 감원 대상 직무와 지역을 정하지는 않았다"면서 "신규 채용을 동결하고 임시직이나 계약직, 컨설턴트 등의 채용을 줄여나가는 식으로 감원을 최소화하도록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기로 이익이 급감하고 정부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는 상황에 몰리면서 지난 2008~2009년 대대적 인력 감축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미국 은행은 경영이 호전되자 지난 해에는 감원 인력의 재고용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다시 역전되어 골드만삭스 그룹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코프'는 지난 7월 각각 앞으로 3% 정도의 인력을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었다.
은행가에서는 금년의 감원이 2008, 2009년과는 달리 현실적으로 이익이 증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애널리스트들은 은행산업이 몸집을 줄이는 한편, 모험도와 수익성 모두 낮아지는 모습의 항구적인 구조 변화 시점에서 감원이 행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용위기 이전 황금알을 낳던 투자부문의 경우 글로벌 금융산업 붕괴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새로운 규제방안에 따라 크게 위축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금융시장 조사전문 SNL파이낸셜의 낸시 부시 기자는 금년말 은행들이 보너스를 결정하기 시작하면 인력감축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은행 가운데 6번째 규모인 뉴욕멜론은행 대변인은 "이번 감원이 이미 계획됐던 것으로, 최근의 주가급락이나 향후 최소 2년간 제로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발표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저금리의 경우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대신 은행으로서는 그만큼 돈을 벌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며, 증시의 폭락사태도 미 경제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은행의 인력조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