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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와 S&P 전면전 치닫나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평가의 오류 공개 등 신용평가업체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방침에 반발하고 나섰다.

S&P는 지난 8일자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낸 82페이지 규모의 서한에서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이러한 규정들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10일(현지시각)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신용평가업체가 신용등급 평가에서 자체적인 오류를 발견했을 때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신용평가업계 규제 강화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미국 정부의 규제 방안에 대한 S&P의 반발은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로 깊어져가는 미 정부와 S&P간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자칫하면 미 정부와 신용평가사, 특히 S&P 사이의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번 S&P의 반발에 앞서 미국 정부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결정을 내린 S&P의 신용평가에 대해 "2조 달러(약 2천169조원)의 계산 착오가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이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방안은 미국 정부가 S&P의 강등 조치 이후 보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업계는 그동안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을 사전에 경고하지 못하고 우량 등급을 무분별하게 남발해 위기를 초래하는데 한몫을 했다는 대내외의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 때문에 위험도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못하는 '이해 상충'의 문제, 소수 업체가 시장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독과점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돼 미국의 금융개혁 과정에서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지난 4월 칼 레빈 상원의원(민주ㆍ미시간)이 내놓은 65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는 비윤리적 수익추구 행위를 언급한 신용평가업체 내부 직원들의 이메일에서부터 신용평가업체가 은행들만큼이나 주택시장의 거품 조성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에 이르기까지 신용평가업체들의 온갖 부당한 관행과 행위가 총망라돼 있다. 이로 인해 신용평가업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층 높아졌다.

이 때문에 미국의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는 신용평가업체들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부실한 신용등급 심사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조항들이 포함됐고, 현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의 실행을 위한 세부 규정들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규제 방안도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S&P는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가 법안이 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양측의 공방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이 규정에서 지적하고 있는 신용등급 평가상의 '중대한 오류'를 누가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이다.

데번 샤르마 S&P 대표는 "SEC가 '중대한 오류'의 내용을 규정하려 한다면 이는 신용평가업계의 판단을 SEC가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S&P의 오류 수정 정책은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으며 오류 발생 시 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수정하는 관행이 시장에 도움이 되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연맹의 바버라 로퍼 투자자보호국장은 엔론 사태와 베어스턴스 및 리먼 브러더스 도산의 사례를 지적하면서 S&P의 이런 정책이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그는 "신용평가업계는 '오류 수정 정책'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오류 부인 정책'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SEC가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