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재경컬럼] 프랑스 위기설은 왜 나오나?

지난 10일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에서는 이른바 '프랑스 위기설'이 제기되어 주가가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무려 519.83포인트(4.62%) 떨어진 1만719.94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럽증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5.45% 급락하면서 3002.99로 마감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도 5.13% 떨어진 5613.42로 장을 마쳤다. 또한 이날 국가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프랑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급격한 상승 추세가 지속되며 175bp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86dp를 기록한 독일 CDS의 두 배 수준이다.

이처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져 나온 프랑스 위기설은 미국 연준의 경기 부진 장기화 전망과 함께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면서 이처럼 미국과 유럽의 주가 폭락을 불러왔다.

프랑스 위기설의 내용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 업체가 미국에 이어 이번엔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이라는 것과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에 대한 여신이 프랑스 은행들에 몰려 있어 앞으로 부실 여신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이다. 전자는 확실하지 않지만, 후자는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7월 12일 국제결제은행(BIS)은 프랑스 은행들이 이탈리아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BIS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 세계 24개국 은행들이 모두 8,673억달러(6,260억유로 가량)의 이탈리아 채권을 나눠 가지고 있었으며, 그 가운데서 프랑스 소유분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3,926억달러였다. 프랑스가 보유한 이탈리아 채권 중 976억달러는 국공채이며, 418억달러는 은행 여신, 그리고 2,532억달러는 비은행 채권으로 분류했다.

또 BIS 집계에 의하면, 프랑스 은행이 또 다른 재정위기국인 스페인과 그리스에 물린 채권도 각각 1,406억달러와 567억달러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13일 이탈리아 채권의 경우 프랑스가 가장 많은 3,890억달러로 독일의 1,62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스페인 채권의 경우는 독일이 가장 많아 1,82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프랑스 은행들은 1,410억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것을 보면 프랑스는 현재 경제 위기 가운데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채권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중국은 최근 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의 채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무려 1조1천600억달러나 된다. 프랑스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가지고 있는 국채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누구도 프랑스 위기설과 같은 위기설을 중국에게 제기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가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루머의 이면에는 프랑스의 부진한 경제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는 며칠 전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GDP)에서 0% 성장을 기록했다. 제자리 답보를 한 것이다. 이 수치는 시장이 예상했던 0.2% 보다 더 낮은 것이었다. 마이너스 성장이 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이들도 있다. 프랑스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프랑스는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6개 '트리플A(AAA)'등급 국가 중 부채비율이 가장 높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90%에 달하는 상황이다. 성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상태에서 빚이 늘어나니, 위기설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AAA라는 등급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또 작년 7.1%에 이어 올해는 5.7%로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내년에는 4.6%로 낮추고 2013년에는 3%까지 떨어뜨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성장이 부진해지면 은행들의 수익도 부진해지고, 이는 채무상환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게 된다. 또 신용평가사들에 의해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가격이 떨어져 이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들의 손실이 커지고 자금 조달비용도 늘어나는 등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 하지만 어느 하나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프랑스 경제의 현실이다.

이날 시장에서는 또 프랑스 은행들이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재정 부실국가에 대한 여신이 많다는 소문까지 더해져 소시에테제네랄 은행이 15%나 폭락하는 등 은행주가 급락했다. 프랑스 은행들이 이탈리아에만 3억5천만유로를 물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프랑스 은행들이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에 대한 여신이 많아 앞으로 부실여신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런 위기설이 확산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프랑스 정부는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없다면서 위기설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즐기던 사르코지 대통령도 위기를 느꼈던지 휴가를 멈추로 프랑스로 돌아왔다. 프랑스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재정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AAA 등급에서 강등은 현실이 될 것이다. 영원한 AAA 클럽의 회원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세계 최강대국 미국조차도 결국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가 신용등급이 강등되어도 아무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국제사회가 미봉책으로 금번 사태의 다시 한번 일시 진화에 나서게 될 것인지, 근본적인 화재방지책을 마련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나 아직 방향을 확정하지는 않았다. 먼 미래를 두고 솔직한 고백을 해야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