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휴대전화 제조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게 됨에 따라 이번 인수가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현재 구글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고, 안드로이드 개방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오히려 이번 인수 결과가 안드로이드 진영 제조사들이 벌이고 있는 애플과의 특허 싸움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가운데 16일 구글의 CEO 래리 페이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와 관련해 삼성전자·LG전자·HTC 등 파트너사 CEO들의 환영 메시지를 공개했다.
래리 페이지에 따르면, 삼성전자 신종균 사장은 "구글의 깊은 헌신을 보여주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으며, LG전자의 박종석 사장은 "안드로이드 진영을 방어하기 위한 구글의 헌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으로만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에 대해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를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아직 이번 인수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으로 이번 인수의 결과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어 섣불리 공식 입장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의 긍정적인 영향은 구글이 모토로라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함으로써 특허 소송으로 수세에 몰린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전기와 비퍼, 휴대전화 등 글로벌 무선시장의 전통적 리더로 평가받는 모토로라는 무선통신과 관련해 강력한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통신사업 관련 지적재산권 1만6천824건에 이른다.
15일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페이지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이번 모토로라와의 합병은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MS, 애플 등 독점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안드로이드를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MS와 애플 등을 포함한 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위협하는 특허 공격을 얼마나 남발해왔는지 우리는 이미 봐왔다"며 미 사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어야 했음을 지적했다.
이는 이번 모토로라 모빌리티의 인수가 사실상 최근 안드로이드 진영을 위기로 몰았던 특허권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환영을 하지 못하는 것은, 구글이 휴대전화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개방정책을 접고 애플처럼 폐쇄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할 경우, 안드로이드OS를 스마트폰 운영체제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과 LG 등 안드로이드 계열 제조사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 이상의 강한 경쟁자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OS '바다'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시장의 평가가 좋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에만 목을 매고 있다가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개방 정책을 접는 순간 구글의 단순 하청업체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안드로이드 OS 이상의 스마트폰 OS 자체 개발에 나서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래리 페이지는 공식 논평을 통해 "이번 인수 건과 안드로이드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하기로 한 약속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모토로라는 여전히 안드로이드의 라이선스 계약자로 남을 것이며 모토로라는 분리된 사업체로 운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방을 강조하는 구글의 기업철학과 검색광고를 통해 수익을 늘리려는 경영전략을 고려하면 구글이 애플과 같은 폐쇄적 사업구조를 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휴대전화 제조사업에 뛰어든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을 얼마나 엄격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