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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유는 특허

[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구글이 미국의 휴대전화 업체인 모토로라 모빌리티사를 전격적으로 인수한 가운데, 구글이 원했던 것은 모토로라의 휴대전화 제조부문보다는 특허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자사의 블로그를 통해 "마이크로소프스사와 애플 등과의 특허 경쟁에서 안드로이드를 보호하기 위해 구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ZDNet사의 메리 조 폴리 애널리스트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특허권이었다"며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고 싶었다면 HTC나 삼성전자, 또는 다른 업체와 손 잡는 게 훨씬 더 유리했을 것"이라고 적했다.

현재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제조업자들의 특허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애플이 겨냥한 것이 스마트폰 제조업자들이 아니라 구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의 공세에 안드로이드 기반 업체들이 무너질 경우, 시장에서 애플의 독주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럴 경우 이들에게 OS를 제공하며 전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의 절반 가량을 잠식하고 있는 구글에게도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안드로이드 OS 업체들을 무너뜨림으로 해당 업체들 뿐만 아니라 구글에도 타격을 주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S사도 구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MS사는 안드로이드에 자사 기술이 무단 도용됐다며 휴대폰 제조사들과 직접 협상을 벌여 대만 HTC에게 휴대폰 1대당 5달러씩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했다. 안드로이드폰 1위 업체인 삼성전자는 대당 10달러 이상의 특허료를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다 이달 초 노키아가 독자적인 OS인 `심비안`을 버리고 MS와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구글에게는 커다른 압박요인이다.  

따라서 특허와 관련 거대 IT 기업인 애플과 MS의 협공을 받고 있는 구글의 입장에서는 특허에 목이 마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선통신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기 위해서 특허가 중요할 뿐만 아니라 현재 당면한 특허 전쟁에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고 있는 동맹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권 싸움에 나서기 위해서도 특허는 중요하다. 애플과 MS의 우군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 또한 우군들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 IT 전문지 씨넷 등에 따르면 모토로라가 현재 보유한 특허는 1만7천여건이며 현재 출원되어 있는 것도 7500건에 달한다. 따라서 이번 인수를 통해 구글은 2만4천여건의 특허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인모션(RI) 등 경쟁업체들이 인수한 캐나다 노텔의 특허 6000건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무선 통신 부문의 특허권이 취약했던 구글은 앞으로 다가올 특허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파산한 캐나다 통신장비회사인 토텔의 인수를 적극 추진했었다. 하지만 구글의 특허권 획득을 막기 위해 애플과 MS 등 기존 IT 기업들이 힘을 모았고, 결국 노텔 인수에 실패한 바 있었다. 당시 애플과 MS는 노텔의 6000개 특허를 45억달러에 사들였다. 이후 구글은 무선특허 기술을 가진 인터디지털과도 협상을 벌였지만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았다.

구글도 아직은 휴대전화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고 밝히며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 제조사들을 자극하는 일을 자제하고 있다. 오히려 일단 모토로라를 안드로이드 체제를 사용하는 별도의 자회사로 운영하고 개방형 OS라는 기존 방식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는 위기를 느낄 경우 언제든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떠날 채비가 돼 있는 삼성과 HTC를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삼성은 이미 자체OS ‘바다’ 개발에 집중해 스마트폰 OS 시장 점유율에서 MS를 앞서고 있으며, MS의 윈도폰도 생산하고 있다. 구글의 이번 인수로 큰 위협을 느낀 삼성이 자체 OS 개발에 더 집중하거나 MS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경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애플과 MS에 맞서려다가 오히려 더 많은 적을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HTC의 경우에도 조건만 맞다면 언제든지 MS 윈도폰 진영에 동참할 수 있고, 다른 구글의 파트너사들 역시 경쟁력 있는 모바일 OS만 공급된다면 얼마든지 구글 진영을 탈퇴할 수 있다.

물론 구글도 이제 모토로라를 인수한만큼 얼마든지 휴대전화 제조에 나설 수 있지만, 현재 모토로라의 시장 점유율 등을 감안할 때 아직 구글이 애플과 삼성, 노키아 등을 맞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가 당분간은 삼성, LG, HTC 등 구글의 파트너들을 애플의 ‘특허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수비수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전통의 휴대전화 제조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한만큼 여차할 경우에 구글이 본격적으로 제조시장에도 뛰어들어 기존 제조사들에게 맞서는 일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구글입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언제든지 칼을 빼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