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의 경제위기에 대응할 정책적 수단이 거의 고갈된 상태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 지적했다.
이 둘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함께 극복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듀오지만, 미국과 유럽 국가부채 위기 등 다가오는 위협 앞에서 당시같은 정책 수단과 정치적 지지는 없고 가진 것이라고는 '말로 설득하는 힘' 뿐이라는 것이다.
가이트너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에는 뉴욕연방은행 총재로서 많은 비판을 일으킨 대규모의 금융권 구제금융을 단행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그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것이다.
WP는 대외적으로도 가이트너는 작년 초부터 유럽에 대해 우려하면서 그리스 등 사정이 나쁜 국가들은 국가부채를 줄이고, 사정이 나은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 등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주문해왔지만 유럽 각국 지도자의 반응은 여전히 미온적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강력한 위기 대응에 나설지도 아직 불확실한 등 유럽 각국을 압박하는 데도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도 그 동안 경제활성화를 위해 1·2차 양적완화(QE) 등을 추진해왔으나, 이제는 연준이 쓸 수 있는 정책 도구는 거의 다 쓴 상태라고 지적했다. 금리는 거의 제로에 가까워 더 낮출 수도 없으며, 통화량 증가로 인해 새로운 거품과 인플레이션이 생길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 내부에서 양적완화 등에 대한 반대 의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규제 당국이 현재 진행 중인 금융감독 시스템 보강을 마무리하기 전에 경제 위기가 닥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