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 매출에서 10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넘어섰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절반을 초과했다. 이들 10대 그룹이 없으면 나라 경제의 거의 절반이 떨어져 나가는 셈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공룡화는 중소기업, 서민들의 영역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출해 몸집을 불린 덕이다.
17일 재벌닷컴과 통계청,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10위권 그룹 소속 계열사 가운데 은행과 보험, 증권을 제외한 539곳의 지난해 매출액이 756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전체 제조업체 매출의 41.1%에 해당하는 것이다.
10대 그룹 제조업체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어선 것은 역대 처음이다.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현상이 역사상 가장 심해졌다는 뜻이다.
국내 전체 제조업체 매출은 2005년 1천196조원에서 작년 1천840조원으로 5년간 53.8% 증가했다. 10대그룹의 제조업 매출은 412조원에서 756조원으로 83.5% 급증했다.
10대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제조업체 매출은 784조원에서 1천84조원으로 38.3% 증가하는데 그쳤다.
2005년만 해도 10대그룹의 제조업 매출은 412조원으로 전체 매출 1천196조원의 34.4%였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2005년 109조원에서 작년 209조원으로 무려 두 배가량 증가했다. 전체 제조업 비중은 9.1%에서 11.4%로 2.3%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그룹 비중은 2005년 6%에서 지난해 6.7%(매출 71조→124조원), SK그룹 5.4%에서 6.1%(64조→112조원), LG그룹 5.4%에서 5.8%(64조→107조원)로 각각 높아졌다.
재벌의 주식시장 영향력도 급증했다.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2008년 말 277조3천82억원으로 전체 주식시장의 44.50%였다. 2009년 말에는 447조8천507억원으로 46.32%로 늘더니 지난 1일에는 698조7천389억원(52.20%)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우찬 KDI 교수는 "2007년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재벌기업들의 자산과 계열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정부에서도 어느 정도 용인한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벌기업들이 시장의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해 하도급 업체에 위험자산투자를 미루는가 하면 내수서비스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진출해 중소기업과 영세업자들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공정경쟁과는 한참 동떨어진 행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