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기자수첩] 알수 없는 美 경제 전망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이 국가신용등급 강등 이후 한 차례 큰 홍역을 치렀지만, 최근 8월 첫째주 신규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이 전주에 비해 7천명 감소한 39만5천명을 기록, 18주만에 40만명 이하로 내려가고, 7월 소매판매는 4개월만에 최고치, 7월 산업생산은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로 인해 미국 경제가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고 있으며 우려 되었던 더블딥에도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이 얼마전 공공연히 제기됐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주 미국 증시도 신용등급 강등으로 인한 패닉을 극복하고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정상적인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하지만 불과 한 주가 채 되지 않아 모든 것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지난 주의 희망적인 전망은 간데 없고, 다시 미국이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고용ㆍ물가 불안, 건설경기 침체 등의 수치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미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이번 주 미국 증시를 신용등급이 강등되었던 주만큼이나 패닉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7~13일) 신규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이 전주에 비해 9천명 증가한 40만8천명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전주에 40만명 이하로 떨어진 수치가 다시 한 주가 지나 40만명 이상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인 40만명을 상회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등으로 인해 경기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고용을 꺼리고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도 0.5% 상승, 지난 3월 이후 4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물가 불안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PI는 국제유가 상승이라는 일시적인 요인으로 인해 상승했고, 전문가들도 아직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불안하다는 것은 미국 경제에 좋은 소식일 수가 없다.

아울러 주택.건설 경기 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도 이번 주 미국의 더블딥 우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달 주택거래 실적이 467만채(연율 환산)로 전달(484만채)에 비해 무려 3.5%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택시장 안정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600만채를 훨씬 밑도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기관인 프레디맥은 최근 한 주간 주택담보대출 금리(30년 고정)가 4.15%로 전주에 비해 0.07%포인트 떨어져 50여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경제전문 통신 블룸버그가 발표하는 소비자신뢰지수(CCI)가 이달 -34를 기록, 지난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전방위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근 2차례 양적완화 조치가 경기부양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정책 당국에서는 점점 커져가고 있는 더블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것은 미국 경제가 더블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와 다를 바가 없다. 더군다나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발(發) 재정위기도 언제든지 미국 경제의 위협요소가 될 수 있어, 시장의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주식이 폭락하는 사태가 다시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지출 확대를 통한 재정정책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재정적자 감축 기조에 어긋나고,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은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로 쉽지 않다. 현재 시장에서는 이달초 열렸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앞으로 물가안정의 범위 내에서 더 강력한 경제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수단의 범위를 검토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연준이 더블딥 우려가 다시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제3차 양적완화(QE3) 조치에 나설 지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지금 미국의 시장이 몇 주 동안 보여준 현실은 미국의 경기가 아직도 큰 혼란과 불확실성 가운데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즉, 다음 주나 다음 달에 미국 경제에 대한 희망적인 지표가 나온다 할지라도, 그것으로 어떠한 희망적인 전망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 경기의 회복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도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미국의 경기와 증시를 바라보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