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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미국 내 유럽은행 자금 상황 조사 나서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유로권 지도부가 역내 채무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금융시장 불안이 유럽 은행의 차입난으로 이어져 지난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마침내 미국 내 유럽 대형은행의 자금 상황을 본격 감시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연준이 대형 유럽은행을 조사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복수의 익명 소식통들을 인용해 외국은행의 비즈니스를 관장하는 연준 채널인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미국에서 영업 중인 유럽 대형은행들에 대해 일일 자금 상황에 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저널은 일부 문제 은행에 대해서는 자금 차입구조를 개선하도록 압박이 가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뉴욕연방준비은행 관계자들은 WSJ에 자금 차입이 어려운 유럽 대형은행의 미국 사업에 대해 연준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 이들 유럽 은행들의 미국 경영진과 뉴욕연방준비은행 측이 최근 회동했다고 전했다.

저널은 통상적으로 유럽 은행들이 자금시장이나 중앙은행 및 다른 시중은행에서 달러 자금을 차입하거나 아니면 보유 유로를 달러와 교환해왔으나 유로 채무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널은 연준의 `양적 완화` 덕택에 최근까지만 해도 유럽 은행들이 미국에서 달러를 차입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양적 완화가 종료돼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한 유럽 은행이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5억 달러를 일주일간 차입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장 불안이 급격히 확산했음을 저널은 상기시켰다.

저널은 유럽에 은행이 근 8천개에 달하고 이들이 차입한 규모도 크지는 않으나 정상적인 달러 차입이 여의치 않아 이처럼 ECB에 손을 벌린 것이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란 점에서 금융시장에 충격이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윌리엄 더들리 뉴욕연방준비은행장은 연준이 미국 내 유럽 대형은행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다는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에 대해 "늘 그렇듯이 연준은 (미국 내) 은행을 감독해왔다"면서 "미국과 외국 은행에 똑같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더들리의 해명은 저널 보도로 말미암아 자금시장이 더 경색되지 않도록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