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미국과 유로권 경제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그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여겨져왔던 중국과 독일마저도 성장 동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세계 경제 전망을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런던 소재 경제정보 전문기관인 마르키트의 조사에 따르면, 유로권 구매관리지수(PMI) 제조업 지수가 7월에 50.4이던 것이 8월에 49.7로 떨어졌다. 이는 23개월 사이 최저로, 역내 생산 부문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웠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마르키트의 이코노미스트 크리스 윌리엄슨은 "8월 PMI 지수는 유로존이 성장 동력을 잃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하반기 성장이 정체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윌리엄슨은 또 "독일의 서비스업이 기록적으로 떨어지고, 프랑스의 제조업활동은 2년래 처음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는 등 유로존의 경기침체가 말단국가를 넘어서 핵심국가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주요 경제연구소 ZEW가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조사해 23일(현지시간) 결과를 공개한 바에 따르면, 독일의 경기 기대감이 마이너스 37.6으로 지난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간 하락폭은 5년 사이 가장 컸다.
뉴욕 타임스는 독일 기계류와 자동차의 주요 수출시장이 중국인 점을 상기시키면서 유로존 위기 외에 중국의 경기 둔화도 독일을 위축시키는 주요 변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언스트 앤드 영의 마리 딜런 이코노미스트는 뉴욕 타임스에 독일의 저조한 경제 지표에 대해 "유럽과 특히 독일이 해외시장에 얼마나 취약하게 노출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생산 위축이 완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HSBC의 플래시 차이나 매뉴팩처링 PMI는 8월에 49.8로 전달보다 0.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23일 나타났다. 그러나 로이터는 이 수치가 여전히 확장 국면을 의미하는 50 이하라고 지적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의 팅루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에 "중국 경제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경착륙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 불변"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올 상반기 중국이 9.6% 성장했지만 하반기에는 9% 내외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경기가 약간의 침체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이 인플레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 1년 6개월여 과열 성장을 억제하는 정책을 써왔다"며 "그 효과가 가시화된 측면도 강하다"고 분석했다.
HSBC의 쿠홍빈 이코노미스트도 "PMI 신규 수출 주문이 8월에 3개월 사이 최고치를 보이는 등 여전히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중국 경제가 지난 2008년 말처럼 또다시 급격히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