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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강등... 미국·일본 이어 다음 국가는?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에 의해 미국과 일본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다음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부정적 관찰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어 등급 하향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도 계속해서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루머들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무디스는 지난 6~7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조만간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 인해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출을 많이 해준 프랑스와 영국, 독일마저도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 주요 남유럽 국가에 대한 프랑스의 대출규모는 4천532억 유로, 독일은 2천864억 유로, 영국은 1천490억 유로에 달했다. 대출 액수가 워낙 큰 만큼, 대출 관계로 엮어 있는 나라들이 연쇄도미노처럼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금융센터가 신용등급이 'AAA'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 선진국의 외채와 재정현황을 분석한 결과, 영국과 프랑스는 AAA등급을 이미 상실한 미국보다 양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신용평가사가 AAA로 등급을 매기면 해당 나라의 국채는 부도날 가능성이 없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작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영국의 대외부채는 613.4%, 프랑스는 213.7%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110.1%)이나 다른 AAA등급 국가 평균(173.8%) 보다 높다. 미국보다 높은 등급인 것이 이상한 상황이다.

두 나라의 재정상황도 좋지 않다. GDP대비 재정적자는 AAA국가 평균이 0.2%에 불과한 데 반해 영국은 10.1%, 프랑스는 7.0%에 달했다. GDP대비 정부부채 규모도 영국이 83.6%, 프랑스가 81.7%로 다른 AAA국가 평균 47.2%를 크게 웃돌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김위대 연구원은 "당장 영국과 프랑스의 등급이 하향되지는 않겠지만,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영국이 프랑스보다 등급변화에 더 취약하고 유로존 은행권 대출 부실확대 우려 면에서는 프랑스가 더 심각하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수석연구위원은 "신용평가사들이 영국, 프랑스, 독일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변 상황은 영국과 프랑스에 유리하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대출을 많이 해준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등급 하락하면 영국과 프랑스도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