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전기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올리면 연간 2천518억 원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박광수 선임연구위원은 25일 연구원 주최로 열린 '에너지 가격과 수급' 정책 포럼에서 "정부의 잘못된 가격정책으로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기요금은 원가수준으로 올리면 에너지 소비가 줄어들어 에너지 비용이 크게 절감되는데, 정부가 반대의 정책을 취해서 에너지 다소비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행 가격 규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급과 비용 구조를 반영한 요금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전기위원회를 정부로부터 독립시키는 등 규제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의 석유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돌고 있지만 전력 가격은 2009년 기준 OECD 평균의 5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 국가의 전력가격이 석유가격의 200%를 넘는 반면, 한국은 117.6%(2009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OECD 내 유럽국가 평균치인 324.4%에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전체 에너지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수송용 휘발유가 49.8%, 경유가 41.0%에 달한 데 비해 전기는 12.0%에 그쳤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의 에너지원별 가격 구조가 다른 나라와 차이를 보이는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정부 정책의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며 "정부의 가격정책이 시장실패를 개선하기 보다는 악화시킨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 가격 결정 시 수급이나 비용구조보다 물가안정, 산업경쟁력 강화 등 거시정책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며 "잘못된 가격정책으로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으며 전력 소비 급증 등 비합리적 에너지 소비구조가 유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약 90%에 불과한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을 100%로 높일 경우 연간 에너지 비용 절감액이 산업부문은 1천349억 원, 가정·상업부문은 1천16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산업 부문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전력소비 감소로 전력생산비용 3천879억 원이 절감되는 반면 이를 대체할 다른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른 비용 증가는 2천530억 원에 그쳐 결국 1천349억 원이 절감된다는 것이다.
가정·상업 부문에서는 전력 생산비용 절감액이 3천56억 원, 대체 에너지 사용 비용 증가액은 1천887억 원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