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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정부 주도 OS 개발, 어이 없어"

[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를 계기로 IT기업이 참여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스마트폰 OS 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이 IT 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오히려 IT 기업을 쪽박차게 할 수 있다고 하며 원색적인 언어를 사용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서 향후 정부 주도 OS 개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 부회장은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소비자가전박람회(IFA) 2011' 개최를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우리나라 정보기술 산업 생태계가 구글과 애플 등에 종속되는 것을 막겠다며 독자 모바일 운영체제 공동개발 계획을 내놨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을 안 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는 정부 주도 OS 개발에 대해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삼성전자가 정부 정책에 따라 와이브로 진영의 선봉에 서서 와이브로 개발에 집중하다 4세대 통신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 개발이 늦어지고 해외 이동통신 사업자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며 "정부 얘기만 믿고 사업하면 ‘쪽박’ 찬다는 말도 나온다"고 발언 수위를 높여 정부로 인해 자사가 피해를 본 사실을 지적하며 정부의 IT 정책과 IT 기업에 대한 간섭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의 10배 가까이 되는 글로벌 회사인데 자꾸 ‘국내 논리’로 족쇄를 채우면 힘들다”고도 말했다.

최근 정부는 3차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 일환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참여하는 모바일 OS 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공동 OS 개발에 부정적이던 삼성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합병 이후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최 부회장의 발언으로 인해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또한 삼성전자가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정부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진행될 정부 주도 OS 개발에서도 큰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