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이탈리아 밀라노 근처 코모 호수에서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시작된 연례 암브로세티 경제포럼에 참석한 전세계 재계와 금융계 인사들의 입에서 이전에 비해 유난히 많은 비관론이 제기됐다고 AP가 보도했다.
AP는 이러한 비관론 제기에 대해 금융위기 발생 후 선진권 성장의 견인차가 되어온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유럽은행의 부실채권 규모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 포럼이 열렸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먼저 대표적 비관론자로 '닥터 둠'이라 불리는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지난 2일 포럼 개막 연설에서 "세계 경제가 2008년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면서 "더블딥(이중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경고했다.
AP는 "올해 포럼 참석자의 다수가 루비니의 비관론에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포럼에서 제기된 우려의 상당 부분이 미국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회 멤버인 마틴 펠트슈타인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제조와 건설, 그리고 소비자 심리에 관한 최신 지표들이 우리에게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해졌음을 말해주는 것"이라면서 "미 경제가 계속 하강해 연말 이전에 공식 침체에 (다시) 빠져들 것임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루비니는 이와 관련해 아랍 시위로 인한 유가 강세, 그리스 채무 사태의 유럽 전이, 일본 재해로 인한 세계 공급망 차질과 함께 "미국의 시스템 및 여야 정쟁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올해 예상치 않은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루비니는 이런 일련의 충격 때문에 선진권 성장이 1% 내외의 저조한 수준으로 감속됐다면서 이것이 역내 많은 국가의 공식 예상치를 밑도는 수준임을 상기시켰다.
이런 가운데 역내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미 몇조달러를 부양에 투입해 "더 이상 실탄이 없는" 상황이라고 루비니는 강조했다.
이탈리아 경제 애널리스트인 지안룰카 가르비는 "(세계 경제가 향후) 2년 침체에 (다시) 빠질 것으로 시장이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뮌헨대의 한스-베르너 신 경제학 교수도 부국 대부분의 경제가 실질적인 위험에 빠졌다면서 유럽의 경우 최소한 그리스의 이탈을 포함해 유로권의 부분 붕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신은 유로권의 공동 통화와 통화 정책으로 인해 남유럽 저성장국들의 채무 타개와 수출 촉진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이들 국가의 차입 부담이 과중해진 점도 상기시켰다.
그는 따라서 "유럽의 실질적인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면서 "그리스같은 나라의 고통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은 "그리스가 유로권에 남아있는 상태로는 효과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고 본다"면서 "유로권에 계속 남을 경우 최소한 10년은 고통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루비니는 이런 상황을 놓고 "일부 국가가 이탈하면서 유로가 깨질 경우 그 충격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도 미치면서 (경제ㆍ금융) 시스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