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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은행 신용등급 강등으로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 고조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무디스에 의해 프랑스 2,3위 은행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강등되자 지난달 5일 S&P에 의해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조정된 이후 불거졌던 프랑스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는 국가 신용등급이 최고등급인 '트리플 A(AAA)'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재정적자 규모와 순부채 비율로 인해서 계속 신용등급 강등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부채 규모는 77.9%(IMF 추산)로 '트리플 A' 15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프랑스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7%로, 3.3%인 독일이나 네덜란드(5.4%), 오스트리아(4.6%), 핀란드(2.5%) 등 다른 '트리플 A'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로 인해 미국 다음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계속해서 지목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에 대한 익스포저가 큰 프랑스 대형은행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국가 신용등급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전 세계 24개국 은행들이 모두 8,673억달러(6,260억유로 가량)의 이탈리아 채권을 나눠 가지고 있었으며, 그 가운데서 프랑스 소유분이 거의 절반에 달하는 3,926억달러였다. 프랑스가 보유한 이탈리아 채권 중 976억달러는 국공채이며, 418억달러는 은행 여신, 그리고 2,532억달러는 비은행 채권으로 분류했다.

또 BIS 집계에 의하면, 프랑스 은행이 또 다른 재정위기국인 스페인과 그리스에 물린 채권도 각각 1,406억달러와 567억달러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달 13일 이탈리아 채권의 경우 프랑스가 가장 많은 3,890억달러로 독일의 1,62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스페인 채권의 경우는 독일이 가장 많아 1,820억달러를 기록했으며 프랑스 은행들은 1,410억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것을 보면 프랑스는 현재 경제 위기 가운데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다.

프랑스는 이러한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는 지난달 24일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5.7%로 줄이고, 내년에는 4.7%, 2013년에는 3%로 낮춘다는 계획 아래, 부자 증세와 법인세 혜택 감축, 정부지출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재정적자 감축안을 내놓았다. 이러한 긴축 방안들을 반영한 올해 추경예산안이 최근 상·하원을 통과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에 프랑스 2,3대 은행이 신용등급을 강등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상대적으로 은행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과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 파리바가 제외됐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국가 신용등급을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의 현 상황이 재정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로 익스포저가 큰 일부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됐을 뿐이고 아직은 이를 감당해낼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금융시장의 한 관계자는 "한 국가의 신용등급을 건드리려면 그 나라의 재정의 심각성이 인식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프랑스는 현재 착실히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는 상황으로, 일부 은행이 그리스 익스포저에 많이 노출됐다고 해서 국제 신용평가사가 국가 신용등급까지 다루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이는 현재 상황만을 고려한 것으로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프랑스 은행 유동성 문제가 더욱 확대되고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노력이 지지부진해지면 국가 신용등급 강등 문제는 언제든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