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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美 가계 실질소득 1996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어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지난해 미국 일반가정의 실질소득이 1996년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성 근로자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소득은 1978년보다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인구센서스 자료를 인용해 2010년 미국 중간소득(전체 미국 가정 가운데 소득순으로 중간) 가정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소득이 전년대비 2.3% 감소한 4만9천445달러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였던 1999년보다는 7.1%나 적은 것으로, 최근 3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실질소득이 많이 줄어 2000년대 호황기의 소득상승을 최근 몇년간 모두 다 까먹고 다시 1996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

남성 상시근로자의 중간소득도 계속해서 하락해 인플레를 감안하면 1978년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근로자의 중간소득은 계속해서 늘어났지만, 여전히 남성 근로자의 77%에 그쳤다.

빈곤층 인구는 전체의 15.1%로 증가했으며, 특히 어린이의 빈곤층 비율이 많이 높아져 22%나 됐다. 이는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미국 가정들의 경제사정이 많이 개선됐다는 지표도 있다.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미국의 1인당 순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만9천691달러에 달해 2007년의 14만7천889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가분은 주로 주식이나 연금, 기타 투자자산의 가치 상승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자산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은 최근 수년간 가치가 하락했다.

하지만 인구센서스의 통계가 생활수준을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구통계국은 생활수준이 질적으로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실질소득을 산출하는데, 이런 물가 조정치만 가지고는 오늘날의 의약품이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공기질 개선 등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