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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초유의 정전사태 발생... 전국 대혼란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늦은 더위로 전력 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정전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대규모의 시민 불편과 산업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 당국이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발전소 가동을 많이 멈춘 것이 원인으로 드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15일 오후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강남, 송파, 서초, 영등포, 종로구 등 서울시내와 수도권 등 기타 지역 도심과 경기도 광주, 천안, 부산, 김해, 대구, 진주, 창원, 구미, 포항, 광주, 전북 등을 포함한 농촌지역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신호등이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는 것은 물론 공장가동도 중단돼 큰 피해가 발생했다.

엘리베이터 구조 건수는 서울에서만 100건이 넘었고 오후 5시 기준 전국에서 398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비상시에 대비해 자가발전 체제를 갖추고 있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에너지,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은 정전 피해를 겪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도 정전이 되자마자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가 가동되면서 다행히 환자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CD 및 ATM 기기 등 자동화기기 또한 일시 장애를 겪기는 했지만 은행 지점마다 설치된 비상전원장치(UPS)의 가동으로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정전사태가 발생한 데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오후 3시부터 30분 단위로 지역별 순환정전(단전)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력 수요가 예측치를 크게 웃돌게 되면서 과부하를 막고 예비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단전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또 지역별 순환정전은 오후 8시 이후 정상화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전력공급능력이 떨어진 것은 하절기 전력수급기간(6월27일-9월9일)을 지난 상태여서 발전기 계획예방정비(834만㎾)가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전력거래소는 해명했다.

이와 관련, 지경부 관계자는 "오늘 전력피크로 6천400만㎾의 수요를 예상했지만 6천726만㎾가 몰렸다"면서 "여름철이 다 지났기 때문에 겨울철에 대비해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가 많았는데, 이처럼 오늘 예상보다 수요가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수요가 적을 것으로 보고 '정비'를 명분으로 발전소를 많이 놀렸다가 큰 피해를 불러온 것이다. 이날 오후 현재 원자력발전과 화력발전 등 모든 발전기를 통틀어 고장 기수가 2개, 예방정비 기수는 23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력거래소와 한전은 이처럼 오후 3시를 기해 전력예비력이 안정 유지수준인 400만㎾ 이하로 떨어지자 95만㎾의 자율절전과 89만㎾의 직접부하제어를 시행했고, 이후에도 수요 증가로 400만㎾를 회복하지 못하자 지역별 순환단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자율절전은 한전과 수용가가 미리 계약을 맺고 수용가가 자율적으로 전력소비를 줄이는 것이며, 직접부하제어는 한전이 미리 계약을 맺은 수용가의 전력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지역별 순환정전은 이들 두 가지 조치로 예비력 400만㎾가 유지되지 않을 경우 사전 작정된 매뉴얼에 따라 지역별로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조치이다. 전국적으로 제한 송전을 의미하는 이런 조치를 단행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지경부 등 정부당국과 전력거래소, 한전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전력공급 안정이 유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