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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잔인한 9월' 고갯길 넘어설까?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재정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이탈리아가 `잔인한 9월'의 고갯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유로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는 14일 오는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부유세 신설과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542억 유로(약 82조 원) 규모의 재정감축안의 하원 통과 절차를 마쳤다.

재정감축안은 지난 7일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의회의 승인 절차를 마무리하며 겨우 한 숨을 돌렸지만, 문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공공부채 규모는 1조9천120억 유로(2천896조 원)에 달해 지난 6월 집계 때보다 100억 유로 증가했다. 유로존은 회원국의 공공부채 비율을 국내총생산(GDP)의 60%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기준치의 두 배인 약 120%에 달한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4.6%로 다른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보다 낮은 편이지만, 공공부채 비율이 너무 높은 것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는 현재 9월에 집중되어 있는 만기 채권을 매각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12일 115억 유로(17조2천억 원)의 채권을 매각한 데 이어 13일에는 65억 유로(9조8천500억 원)의 채권을 팔았다. 또 15일에는 총 145억 유로(21조7천억 원)에 달하는 채권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자금 차입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지난 13일 매각한 5년물 국채 39억 유로(약 5조8천억 원)의 평균 이자율은 5.6%로 지난달 유럽중앙은행(ECB)이 개입하기 직전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 6%에 육박했고, 지난 7월14일 매각된 유사한 채권의 금리 4.93%보다 크게 올랐다.

계속되는 위기에 이탈리아는 막대한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채권을 매입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무작정 채권을 사서 보유하기보다는 국영기업 등의 지분으로 전환하는 쪽을 희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가 '잔인한 9월'을 건너는 데 있어서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취약점은 정치 리더십의 부재다. 재정감축안과 연계된 정부 재신임안이 이날 하원을 통과함으로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정부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게 됐지만, 각계의 강력한 반대와 저항을 극복하고 필요한 개혁 조치를 실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미성년자 성매매와 탈세 혐의를 비롯해 각종 재판에 계류 중이고, 최근에는 성매매 관련 혐의로 수배 중인 인사를 해외에 머물도록 지시한 전화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됐다.

이탈리아 정부의 위기감은 유럽의 경제적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주권을 일부 양도할 용의가 있다는 프랑코 프라티니 외무장관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프라티니 장관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 자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간 기구 형태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이탈리아는 참된 유럽 중앙정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주권을 포기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