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애플 아이폰5 나오기만 해봐"

[재경일보 김상고 기자] 오는 10월 4일경에 아이폰5가 출시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아이폰5가 나오자마자 판매를 하지 못하도록 전 세계 주요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을 요청하는 법적 소송을 걸기 위해 만반의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특허소송으로 인해 독일에서는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 네덜란드에서는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가 금지된 것을 똑같이 보복해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애플에 의해서 촉발된 특허소송 전쟁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현지시각) '삼성이 아이폰5를 주시하며 법적 대응을 노리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이 점점 격렬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몇몇 국가에서 애플의 야심작 아이폰5의 판매를 막아버리는 법적 조치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삼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삼성이 유럽 또는 한국에서 가처분신청을 통해 오는 10월초 출시되는 아이폰5의 출시를 저지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으며, 소송을 진행할 국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국내 IT업계에서도 삼성이 아이폰5 발표와 동시에 판매금지 소송을 거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은 이번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저가형 모델인 '아이폰4S'와 하이엔드(고사양) 모델인 '아이폰5'를 동시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아이폰5가 나오는 즉시 세계 주요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 위해 엔지니어와 법무팀을 비상대기시키고 있는 상태다.

이들의 임무는 애플의 아이폰5가 공개되면 즉시 분석에 착수, 최단 시일 내에 삼성전자의 통신특허 침해 부분을 찾아내 ‘아이폰5가 삼성전자의 통신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것이다.

애플이 ‘디자인특허’를 내세워 삼성전자의 제품들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을 얻어냈다면, 삼성은 ‘통신특허’를 내세워 아이폰5에 대해 똑같은 판결을 이끌어내겠다는 것.

IT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PC 제조 역사는 길지만 휴대폰 제조 역사는 4년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전자는 20년 전 휴대폰 시장에 뛰어들어 10년 전부터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 대열에 합류해 다양한 통신관련 기술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며 “세계적 수준의 통신특허를 보유한 삼성의 공세 앞에 애플의 아이폰5가 고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관련 특허는 매우 전문적이어서 이와 관련된 소송이 제기될 경우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승소했을 때는 해당 제품이 단종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또 본안 소송을 내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 판결이 빨리 이뤄지는 가처분 신청을 통해 아이폰5의 판매 금지를 이끌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에서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첫번째 소송에 애플이 태블릿PC인 갤럭시탭 10.1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이끌어냈던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법원은 특허 소송과 관련해 원고의 손을 많이 들어주고 있으며, 올 초에는 노키아가 애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노키아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