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불안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불안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았고, 유로존 위기 해결에 대해서도 다소 비관적으로 내봤다. 외국인 비중이 과다한 탓에 국내 증시 변동성이 높은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28일 오전 조선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 개원 기념 콘퍼런스에서 축사 뒤 기자들과 만나 최근 외환시장 불안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은행들이 준비를 잘해 지금부터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2008년 국내 은행들의 단기외채 비중이 50%였지만 지난 7월 말 현재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제외한 차입 비중은 27.8%에 그치는 등 은행들이 세계적 금융환경에 잘 대비해왔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 수개월간 어려움 속에서도 적극적인 중장기 차입 활동을 펼쳤고,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 결과를 봐도 견딜 힘이 충분해 보인다"며 "내일 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불안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의 경기부양 노력에도 실물 경제가 계속 부진한 데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유로존 위기 해결 전망에는 다소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으며, 남유럽 국가들이 경기를 부양하려고 재정에 크게 의존했다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적자가 막대한 미국과 올해 초 대지진을 겪은 일본도 경기를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고, 정책에 따른 득실도 차이가 있어 실물 경제와 관련해 강력한 국제 공조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비중이 과다한 탓에 국내 증시 변동성이 높은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국내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해야 하며, 연기금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개인의 장기 투자가 가능해지게 하는 것과 투자를 통해 학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장기투자펀드와 학자금펀드에 대한 세금혜택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된다.
토종 헤지펀드 도입 등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국제 투자은행(IB) 출현, 대체거래소(ATS) 도입, 시장 투명성 확보 장치를 총망라하는 대변혁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다양성과 혁신성 추구는 시장의 신뢰와 건전성에 기반을 둬야 한다"며 "ATS가 시장불안을 확산시키지 않도록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특별계정을 5년 연장하는 방안에는 "(국회가) 너무 길면 안 해줄 것이고 너무 짧으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