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8월 경상수지 흑자가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대거 빠져나간데다, 여름휴가 등 계절적 영향으로 상품 수지가 줄면서 한 자릿수 흑자의 턱걸이를 했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중 경상수지는 4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8개월 흑자 행진을 이어가기는 했지만, 흑자폭은 한달 전에 비해 45억 달러 이상 급감했다. 이는 또한 지난 1월 1억6천만달러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것이다.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의 큰 폭 감소는 상품수지가 7월 47억3000만달러에서 8월 4억8000만달러로 줄어든 것이 결정적이었다. 상품수지는 기업의 하계휴무 등 계절적 요인으로 전월보다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흑자규모가 47억3천만달러에서 4억8천만달러로 크게 감소했다.
양재룡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하계 휴가의 패턴이 올들어서 '순환 근무제 방식'이 아니라, 공장가동을 멈추는 방식으로 전환된데다, 휴가도 8월 초순에 80%가 몰렸다"며 "공장 가동이 중단되다보니 7월에 조기 선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은 457억9천만달러로 지난 2월 372억3천만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반면 수입은 453억1천만달러로 지난 5월 455억2천만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9% 증가하기는 했지만, 수입은 28.9%로 수출 증가폭보다 컸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 선박, 화공품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데 비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IT제품은 이번 달에도 감소세를 지속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입은 원유, 기계류, 정밀기기, 내구소비재 등이 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수송장비, 정보통신기기, 비철금속의 수입 증가폭은 확대됐다.
지역별로는 대 일본, 미국, 중국 수출 증가세가 확대됐으며, 두 달 연속 감소했던 유럽연합 수출도 승용차, 석유철강제품 등이 수출 호조를 보이며 8월 들어 반등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입이 늘면서 적자규모가 전월 6억9천만달러에서 5억8천만달러로 축소됐다. 서비스 수지는 지난 6월 적자로 전환돼 적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지난달은 여행 수입 증가 등으로 적자폭이 조금 축소됐다.
본원소득수지의 흑자규모는 배당과 이자수지 개선으로 전월 7천만달러에서 7억달러로 확대됐다. 급료와 임금, 이자 및 배당의 투자소득인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배당과 이자수지 개선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원조 등 무상으로 해외 이전한 송금액과 해외에서 국내로 이전한 송금액의 차이를 뜻하는 이전소득수지의 적자규모는 대외송금 수지가 개선되면서 전월 3천4억달러에서 2억달러로 줄었다.
금융계정은 전월과 비슷한 23억7천만달러 유출초를 나타냈다.
이중 직접투자는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늘면서 전월 3억3천만달러 유입초에서 10억4천만달러 유출초로 전환됐다.
증권투자는 외국인주식투자의 큰 폭 순유출 등으로 전월의 92억6천만달러 유입초에서 29억2천만달러 유출초로 바뀌었다.
파생상품은 전월 5억3천만달러 유입초에서 18억7천만달러 유출초로 전환됐다.
기타투자는 은행의 차입 등으로 전월 65억8천만달러 유출초에서 40억달러 유입초로 바뀌었다.
준비자산은 월중 5억4천만달러 늘었다.
직접투자, 증권투자 등 투자 활동을 통해 유출입된 외화를 뜻하는 자본수지는 4천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양재룡 부장은 "반도체, 엘시디를 비롯한 일부 수출 품목에 어려움이 있으나, 대부분의 품목은 수출 호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상수지는 9월 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며, 155억 달러 목표치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