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위험 단계별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 상황 악화에 대응하는 한편 은행들의 외환건전성 지표를 현장 점검키로 했다.
2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이 내부적으로 점검하는 금융시장 위험도는 최근 5단계(주의단계) 가운데 2번째 단계(경계단계)로 높아졌다. 위험도는 `정상',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뉜다. 한 단계만 더 넘어가면 가장 높은 단계인 5단계, '심각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하반기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주의 단계'로 넘어온 국내 금융시장 위험도는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는 상황까지 치닫자 '경계 단계'로 상승했다.
각 단계는 ▲글로벌 신용위험 ▲한국 신용위험 ▲국내 외환시장 ▲국내 주식시장 ▲원화 자금시장 등 5가지 항목의 12개 지표를 통해 측정된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포지션, 스와프 베이시스 등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위험징후를 나타냈던 외환ㆍ파생 관련 지표들이 주로 사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별 또는 월별로 수치를 대입해 위험도를 판단하고 있다"며 "월별로 보면 주의 단계지만 최근 상황이 악화해 일별로 보면 경계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국내ㆍ외 금융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은행, 금융투자, 보험 등 업권별 비상계획을 만들었다. 특히 이 가운데 외환 관련 비상계획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획은 시장 위험도가 주의 단계로 접어들면 가동된다.
금융위는 여기에다 정책적 대응방안까지 포함해 별도로 비상계획을 마련 중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과 대응체제, 충분한 거시정책적 대응 여력을 바탕으로 견고한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위기 때 가장 먼저 취약해지는 외환건전성을 미리 강화하는 차원에서 조만간 시중은행들의 외환 관련 지표를 현장 점검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각 은행의 해외점포 관리 실태와 본점 차입, 자산ㆍ부채 현황도 점검키로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기 때 은행 해외점포의 외화 유동성 부족이 본점에 영향을 주는 `왝더독'(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뜻)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