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들, 3분기 순이익 사상 최대... 올해 사상최대 순이익 예상
3일 은행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총 순이익은 1분기 4조5천억원, 2분기 5조5천억원으로 총 10조원에 달했다. 2분기 이익에는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익이 포함돼 이를 제외하면 2분기 순익은 3조1천억원이었다.
하반기에는 은행들의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자이익(이자수익-이자비용)이 줄어 실적은 상반기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3분기 실적이 예상과 달리 좋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에프앤가이드 조사 결과, 우리, KB, 신한, 하나, 기업, 외환, 대구, 부산 등 8개 은행과 금융지주의 3분기 순이익에 대한 증권사 추정 평균치는 무려 3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들 8개 은행의 3분기 순익만으로도 현대건설 매각이익을 제외한 전 은행권의 2분기 순익(3조1천억원)을 넘어선다.
이는 또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였던 2005년 3분기보다 나은 실적이다. 당시에는 카드 계열사의 정상화로 2003년 `카드 대란' 때 쌓았던 대규모 충당금이 환급됐다.
이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면 농협, 수협 등을 포함한 18개 은행의 올해 순이익은 지금까지 사상 최대였던 2007년 15조원을 뛰어넘어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은행 "정부 대출규제, 땡큐"
은행들의 3분기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는데 있어 가장 크게 공헌한 것은 다름 아닌 8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였다.
대출 규제를 빌미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출받기가 어려워진 고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폭 오른 대출금리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7월 연 5.46%에서 8월 5.58%로 한달 새 0.12%포인트 뛰어올랐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대출금리 상승폭이 0.16%포인트였는데, 한달 상승폭이 이에 육박한 것이다.
반면 8월 신규 저축성예금 금리는 연 3.76%로 7월의 3.79%보다 낮아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가계대출 규제는 외형 성장을 가로막을 뿐 수익성만 놓고 보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금껏 분기별로 10조원을 넘은 적이 없었던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올해 3분기 10조원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 "과도한 이익 환원할 조치 있어야"
비싼 대출 금리, 그리고 까다로워진 대출로 인해 큰 고통을 당했던 국민들은 은행들의 사상 최대 `순익 잔치'가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심지어 은행들이 서민의 고혈을 짜내 벌어들인 이익에 함박웃음을 짓는 것에 분노마저도 느끼고 있다.
또 늘어난 순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고 `배당 잔치'를 벌이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7대 시중은행은 10조원이 넘는 현금을 배당했다. 특히 외환은행은 지난 7월 1조원에 육박하는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이러한 외국계 은행의 고액배당은 국민들에게 `먹튀' 논란마저 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은행세처럼 은행의 과도한 이익에 대해 과세하거나 이익을 사회에 환원토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올해부터 은행세를 도입했으며, 벨기에, 덴마크, 오스트리아, 포르투갈, 스웨덴 등은 비슷한 과세 제도가 있거나 앞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국내 은행들이 대형화, 과점화로 힘이 세지자 갈수록 공공성을 외면하고 있다"며 "순익의 일정 부분을 서민대출 보증 등에 쓰도록 하거나 대출금리를 낮추도록 하는 등 과도한 이익의 환원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