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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얼려 식수 얻는" 해수담수화기술 세계 최초 개발 착수

[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전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바닷물을 얼려 먹는 물을 생산하는 새로운 개념의 제3세대 해수 담수화 원천기술 개발이 세계 최초로 추진된다.

이 기술은 세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장의 95%를 양분하는 증류식, 막분리식에 이은 차세대 기술이며, 정부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담수화플랜트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다.

국토해양부는 기존의 해수 담수화 기술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스 하이드레이트 담수화 원천기술 개발에 착수했다고 4일 밝혔다.

또 해양 R&D과제인 ‘가스하이드레이트 형성원리를 이용한 해수담수화 기술개발’ 사업자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5년간 110억원을 지원한다.

이 기술은 일정한 압력과 온도에서 가스와 바닷물을 결합시킬 때 염분과 불순물이 분리되면서 얼음과 유사한 형태의 고체 수화물(水化物, 하이드레이트)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체 수화물에서 물에 녹이는 방식 등으로 가스를 제거하면 순수한 물이 얻어진다.

가스 하이드레이트 담수화 기술은 바닷물을 가열해 담수를 얻는 증발법, 여과 필터로 정수하는 역삼투법 등 기존 공법에 비해 비용이 30~50% 저렴해 효율성과 경제성이 뛰어나면서도 전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없어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현재 두산중공업이 설비공급 세계 1위인 증류식에 비해 가열 과정의 에너지 소비가 적고, 이와 경합하는 차세대 역삼투법(2015년 점유율 65% 전망)과 비교하면 유지관리비가 줄어드는 게 장점이다. 염의 고농도 농축 과정에서 마그네슘 등 용존자원을 회수할 수 있어 별도의 부수적 사업모델 창출도 가능하다는 게 연구원 설명이다.

현 해수담수화 기술의 주류는 이미 역삼투법으로 옮겨가는 추세지만 이와 관련한 기술경쟁에서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 뒤져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판단도 정부가 제3의 기술개발에 나선 동인이다.

또한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담수 가격을 30~50% 낮출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추정이며, 미국 샌디아 연구소의 2008년 분석치를 봐도 하이드레이트법(염제거율 56.4% 기준)의 담수 1톤당 생산비용이 0.46~0.52달러로 증발법(1.23달러), 역삼투막법(0.70달러)을 앞선다.

2010년 기준으로 세계 물 산업의 시장규모는 연간 약 600조원으로 추산되며, 해수 담수화기술 시장은 향후 5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토부는 우리 연구진의 기초 연구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 등 외국에 비해 염분 제거 효율 등에 있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향후 5년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110억원을 집중 지원해 가스 하이드레이트 담수화 기술을 원천 기술로 개발키로 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이주동 박사는 “1970년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법 개발을 시도했지만 고체 상태의 슬러리 분리기술이 미흡해 포기했다”며 “하이드레이트 담수기술 상용화에 착수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이며 80%에 가까운 염제거율을 기록한 것도 유례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15년까지 하루 20t 규모의 시험 플랜트 개발을 목표로 연구 초기 단계부터 민간 기업을 참여시켜 조기 실용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식경제부 산하의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원천 기술 개발 연구 작업에는 울산 하이스화학, 부산 성일SIM, 부산대, 부경대, 동국대 등이 함께한다.

이 박사는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해수 담수화 기술은 물 부족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외국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국내 고유의 해수 담수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인 30억명이 물 부족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