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스티브 잡스는 천재적 혁신가이지만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라이트 형제 등과는 격이 다르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은 의심할 바 없지만 그의 공적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8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사망 후 ‘위인급’ 칭송을 받고 있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 및 전 최고경영자(CEO)의 공적을 거품없이 냉정하게 평가하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뉴스앤월드리포트’의 IT 담당 릭 뉴먼 선임기자는 “잡스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대통령이나 교황의 수준을 뛰어넘지만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인 전구나 헨리 포드의 자동차,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만큼 조명을 받아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며 "잡스가 이끈 애플의 혁신이 컴퓨터를 재미있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었지만 애플의 제품들이 자동차, 전구, 비행기와 대등한 수준의 사회적 파장을 야기한 것은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전구는 촛불이나 가스 등 때문에 일어나는 화재를 방지하고 공장에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등 제2, 제3의 변화를 이끌었지만 애플의 제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뉴먼은 잡스를 “예술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컴퓨터와 사용자 간의 매개체)를 개발할 줄 알았던 실용주의자”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뉴먼은 “잡스는 미국 업계 역사에서 드문 일을 해냈다”면서도 “그가 한 일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사람들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잡스는 그의 아이디어를 자신이 도달한 수준 너머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많은 ‘애플의 조수들’을 남겼다”고 부연했다.
CSM은 또한 ‘비밀주의’와 ‘폐쇄성’ 등 애플의 기업문화에 대한 비판도 고개를 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작가 마이클 데이지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애플 제품의 사용자들은 자기 뜻대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고, 애플이 통제하는 애플의 서버로부터 다운로드를 받아야 한다”며 “모든 프로그램은 애플의 통제와 검열을 받는다”고 썼다.
데이지는 또 “한때 애플의 컴퓨터는 미국에서 제조됐지만 지금 그 회사의 제품들은 노동환경이 열악한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꼬집었다. 애플이 저임금의 중국 노동력에 의지함으로써 미국내 고용창출에 기대만큼의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8일 이에 대해 “미국 자본주의의 이 영웅(잡스)은 중국의 고용을 창출하는 공격적인 ‘외주제작인’이었다”고 비판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