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경제 침체 등으로 인한 전 세계 금융시장과 경제에 짙은 암운이 드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안전판으로 제안했던 `글로벌 안정 메커니즘'(GSM·Global Stability Mechanism)을 다시 추진하고 있어 귀추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G20은 다음달 3~4일 프랑스 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 도출을 목표로 금융위기 전염 방지장치인 GSM 구상을 다시 논의 중"이라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 하여금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게 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하나"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는 14,15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유럽재정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국들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국채를 사들이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 신흥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유럽 재정 위기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자본 유출입 및 글로벌 유동성 관리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G20은 급격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변동성을 줄이려는 거시건전성 규제에 대해서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의 전제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G20 실무그룹 논의에서 각국 상황에 따라 자본유출입 규제를 자율적으로 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안다"며 "작년 G20서울선언에 있던 규제의 전제조건들이 없어지게 된 만큼 신흥국 입장에선 훨씬 진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GSM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징후가 나타나면 해당 국가의 요청이 없어도 IMF가 일시적 위기 우려 국가에 선제적으로 신용공여(credit line) 설정을 제안하는 개념으로, 수혜국에 대한 `낙인효과'(stigma effect)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의장국인 우리 정부가 적극 추진했지만, 독일 등 일부 선진국이 '수혜국이 도덕적 해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보여 IMF의 탄력대출제도(FCL), 예방대출제도(PCL) 도입 등 대출제도를 개선하는 성과를 거두는 선에 그쳤다.
올해도 여전히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이 GSM에 부정적이어서 G20 재무장관 회의와 내달 칸 정상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올해 의장국인 프랑스가 그리스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GSM에 대해 부정적에서 호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도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부문으로 전이되고 있는 상황에서 GSM처럼 선제적인 금융위기방지책에 의외로 쉽게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