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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롯데에 굴욕 당한 구찌, 롯데면세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 검토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이탈리아 명품 패션브랜드 구찌가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섰다.

인천공항 롯데면세점에 매장을 내기로 했지만 몇 달째 입점이 지연되면서 피해가 커지자 롯데면세점을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구찌그룹코리아는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 매장 입점이 지연돼 막대한 사업 손실을 보고 있다"며 "롯데면세점에 약정 이행을 촉구하는 최고장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애초 구찌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소송 검토설이 흘러나오자 "소송건은 생각해본 바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불과 한 달 여만에 말을 바꾸었다.

구찌는 "최고장은 롯데면세점에 약속을 이행하라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한 것이며, 일주일 뒤에도 롯데면세점이 여전히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구찌에 따르면, 지난 8월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에 매장을 추가로 열기로 롯데면세점과 서면 합의하고 지난 7월에는 신라면세점에 있던 매장 2곳을 철수했다. 그러나 이후 구찌는 롯데면세점으로부터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매장 공사를 허가하지 않고 있다며 매장 공사를 연기해달라는 통보를 받았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돌연 입점이 무기한 연기된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결국 더 이상의 피해를 참지 못하고 소송을 걸고 나서 외견상으로는 구찌가 롯데 측에게 입점 계약을 놓고 선전포고를 한 셈이지만, 구찌가 소송까지 건 것은 세계적 명품의 굴욕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구찌는 신라면세점이 파격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조건으로 루이뷔통을 유치하자 자신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자존심이 상하자 신라를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나서 구찌는 지난 8월 롯데면세점과 인천공항에 매장을 추가로 열기로 서면 합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롯데 측으로부터 매장 공사를 연기해 달라는 통보를 받고 지금까지 입점을 하지 못해 애만 타우고 있는 상황이다. 신라를 박차고 나온 구찌가 새 둥지로 택한 롯데도 구찌를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구찌는 7월 중순과 말에 신라에서 매장 2개를 철수한 뒤 3개월 가량 영업을 하지 못해 상당한 손실을 감수했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가 명품업체에 저자세를 취하며 '모셔가기'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구찌는 한 곳으로부터는 같은 명품업체인 루이뷔통과 같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다른 한 곳에서는 입점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이며,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나라인 한국에서 구찌가 이같은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은 구찌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찌 제품은 현재 명품점 외에 대형마트나 오픈마켓 등에서도 20∼30%씩 팔리고 있어 희소성이 줄어들었고 시장에서 명품으로써의 매력도도 감소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롯데가 수수료 혜택을 주면서까지 구찌를 추가로 들여놓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입점을 늦추기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찌도 굴욕을 당하면서도 여전히 롯데에 아쉬운 손길을 내밀고 있다. 자존심이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태지만 자존심만 부릴 수 없을 정도로 입지가 크게 위축된 상황인 것이다. 

구찌그룹코리아 관계자는 "소송까지 가려고 하지 않는 게 양쪽의 입장"이라며 "롯데 면세점에 기존 매장도 있으니 관계를 고려해 좋게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매장을 열기 위해 인천공항공사와 긍정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고 조만간 매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구찌 측과 다시 협상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구찌가 들어서기로 한 자리에 여전히 코치와 투미 등 5개 브랜드가 영업을 하고 있고 매장 공사에 6∼8개월이 걸리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내 개점은 사실상 어려워 보여 양측의 갈등은 깊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