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10월부터 기본료를 월 1천원 내리고 스마트폰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한 KT가 SK텔레콤 따라하기에 나섰다.
지난 9월부터 기본료 1천원을 인하하겠다고 밝힌 SK텔레콤은 9월16일에야 이를 이행해 가입자들이 9월에는 500원만 할인받았고,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비판과 눈총을 받아야 했다. 그런데 KT는 SK텔레콤을 따라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가 500원 혜택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보다 한 수를 더 뜨고 있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18일 요금 할인과 관련해 "조만간 기본료 1천원 인하와 선택형 요금제 출시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요금제를 시행할 정확한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KT가 20일경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KT는 지난 8월11일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본료 1천원 인하와 선택형 요금제 도입 시기를 '10월 중'이라고 밝혔다.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정확하게 못박지 않았기 때문에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고객들을 위해서 기꺼이, 흔쾌한 마음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등 떠밀려 인하하는 것처럼(사실이 그렇지만) 인색하게 인하하는 모습은 인하의 효과와 진정성을 반감시키는 것이며, 인하를 받는 고객의 입장에서 썩 기분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KT 입장에서는 이미지가 좀 구겨지는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인하 시점을 늦춤으로 인해서 상당한 비용 손실을 줄일 수 있게 됐다. KT가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요금 인하 시점을 늦추고 있다는 것은 왠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뻔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KT가 약속한 대로 월 1천원씩 기본료를 내리면 1일 기준으로는 약 33원의 할인 혜택이 발생한다. 그래서 수치적으로 보면 10월이 이미 18일이 지나갔으니 KT 가입자들은 10월 한 달 동안 약 600원의 할인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KT 전체 가입자가 1천630만명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 혜택으로 돌아가지 못한 금액이 총 97억7천800만원에 달하게 됐다. 반대로 생각하면 KT는 지난 18일간 100억대의 돈을 아낀 것이다. 앞으로 인하 시점을 늦추면 늦출수록 KT 입장에서는 좋을 수 밖에 없다.
KT는 또 가입자가 사용 패턴에 맞게 음성·문자·데이터 이용량을 골라 조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선택형 요금제가 나오면 가입자가 월평균 3천500원가량의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절감 효과 역시 10월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KT 관계자는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모든 가입자와 모든 요금제에 대해 기본료 설정을 바꾸는 전산 작업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10월의 기본료 인하 폭을 1천원으로 할지, 500원으로 할지, 하루 약 33원씩 남은 날 수만큼 곱해 계산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방통위는 KT가 합리적인 태도로 요금인하 방안을 시행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제도적으로 이를 독촉하거나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