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팬택 매각이 빨라야 내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권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이 최근 유상증자와 관련해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국내 사모펀드(PEF) 3곳이 참여했다.
채권단은 삼성, LG 등 국내 주요 기업에도 투자안내문을 발송했으나, 인수 의향을 밝힌 곳이 없었고, 해외 기업이나 사모펀드도 참여하지 않았다.
채권단은 현재 이들을 대상으로 올해 말 만기되는 약 2천억원 규모의 제2금융권 비협약채권을 갚기 위한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말께 구체적인 유상증자 규모와 일정이 확정될 예정이다.
유상증자에 성공하고 나머지 2천억원 남짓의 협약채무도 리파이낸싱(재융자)하면 팬택의 올해 만기인 워크아웃 졸업은 가능하다.
그러나 올해 안 경영권 매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인수의향서를 낸 사모펀드와 국내외 전략적투자자(SI) 후보 가운데 경영권을 원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권단은 유상증자와 워크아웃 졸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내년 이후 팬택 주인찾기에 나서는 전략으로 가닥을 잡았다. 내년 이후 매각 작업은 현재처럼 비상장인 상태로 추진하는 것과 재상장한 뒤 인수합병(M&A)에 나서는 것 등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된다.
비상장일 경우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가정에 따라 내년 매각 작업이 끝날 수도 있지만, 재상장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면 매각은 약 2년 넘게 지연돼 2005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도 아직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하이닉스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경영권의 급작스런 변동은 재상장 심사 과정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재상장을 먼저 하게 되면 매각은 장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과정에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채권단 지분을 우선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이 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더라도 박 부회장이 이를 행사하면 협상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르기도 했던 팬택은 2006년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그해 12월 채권단에 의해 워크아웃이 결의됐다.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 개시됐으며, 올해가 워크아웃 약정 만기일이다.
팬택은 박병엽 부회장이 1991년 맥슨전자의 영업사원직을 그만두고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6명과 함께 무선호출기(일명 삐삐) 사업을 시작한 것에서 출발했다.
2001년 현대큐리텔에 이어 2005년 SK텔레콤의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까지 인수함으로써 국내 시장점유율에서 LG전자를 누르고 삼성전자에 이어 2위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6년 유동성 위기를 맞자 그해 12월 채권단에 의해 워크아웃이 결의됐다. 워크아웃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보전 문제로 수차례 지연되다 2007년 4월에서야 개시됐다.
이후 채권단의 요구를 잘 이행하는 한편 끊임없는 자구노력으로 올해 3분기까지 1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