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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최대쟁점 ISD 절충안 '없던 일로'… FTA 처리 난항 계속돼

[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31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에 대해 '선(先)발효 후(後)협상'이라는 절충안을 도출했지만 결국 민주당 대다수 의원들과 다른 야당의 추인을 받는 데 실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 처리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황우여 한나라당,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심야회동을 갖고 이날 새벽까지 FTA 관련 협의를 벌인 결과, 일단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한 뒤 협정 발효 후 3개월 이내에 ISD 유지 여부에 대해 한·미 양국간 협의에 들어가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했다.

이어 협의 시점으로부터 1년 안에 정부는 협의 결과를 국회에 보고토록 하고, 국회는 보고 후 3개월 안에 정부의 협의 결과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황 원내대표는 "미국 정부로부터 ISD 유지 여부를 위한 협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 들었다"며 김 원내대표에게 이 같은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두 원내대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위한 역외가공 조항 도입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정부가 본협정 발효 후 3개월 안에 `한반도 역외가공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이 위원회는 `통상조약의 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제18조 남북한 거래의 원칙)'에 근거한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에 대한 협의를 시작해 1년 이내에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토록 했다.

아울러 두 원내대표는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학교 급식용 식자재를 FTA 적용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민주당 요구안을 적용키로 합의했다.

또한 한미 FTA `중소기업 작업반'에서 중소 제약업체에 대한 허가ㆍ특허 연계제도 적용 문제도 함께 다루도록 하고, `서비스ㆍ투자 위원회'에서 ISD, 네거티브 리스트, 역진 방지(래칫) 조항 등 서비스 투자 분야의 협정 이행 상황을 점검토록 했다.

앞서 한미 통상장관은 30일 한ㆍ미 FTA `중소기업 작업반'과 `서비스ㆍ투자 위원회' 설치에 각각 합의하는 내용의 2개 서한을 서명ㆍ교환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합의문 내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된 후 FTA가 발효될 경우 돌이킬 수 없게 돼 정부가 ISD 조항을 수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손을 쓸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정부에 한·미 FTA 협정문에서 ISD 관련 내용을 제외한 '수정 동의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음달 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ISD 폐지 문제를 다시 논의할 것을 요청할 것을 한나라당에 제안하기로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원내대표간 합의에 대해 추인을 거부한 데는 정책 공조를 펴고 있는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이 완강하게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정희 대표 등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대표가 작성한 합의문에 대해 "핵심 문제들을 완전히 빗겨간 누더기 합의문"이라며 파기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ISD를 서한교환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은 전혀 실효성이 없고,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도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협의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