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글로벌 경제 불안이 증폭됐던 최근 4개월간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이 다 빠졌지만, 삼성그룹만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주식 평가액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보다 1조4천600억원 많아 1위로 올라섰다. 4개월 전에는 정 회장이 이 회장보다 앞섰다.
1일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이전에 상장한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12월 결산 법인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10월 말 현재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10대 대기업그룹의 시가총액은 601조745억원으로 6월 말 655조4천165억원보다 54조3천420억원(7.3%) 줄었다. 8월부터 미국 신용등급강등과 그리스 디폴트설 등 유로존 재정 위기로 인해 주가가 대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238조831억원으로 6월 말 232조366억원보다 6조465억원(2.6%)이 더 늘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121조6천693억원에서 142조5천858억원으로 20조9천165억원(17.2%) 증가한 것이 시가총액이 늘어나는 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이 10대 그룹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4%에서 39.6%로 올라갔다. 나머지 9개 그룹의 시가총액이 모두 줄어든 반면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10월 말 기준으로 139조1천539억원으로 6월 말 152조361억원보다 12조8천822억원(8.5%)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현대차 시가총액은 4.2%, 현대모비스는 19.3% 각각 축소됐다.
나머지 LG그룹(-16.4%), SK그룹(-8.4%), 롯데그룹(-19.5%), 현대중공업그룹(-30.9%), 두산그룹(-0.14%), 한화그룹(-27.3%) 등도 시가총액이 줄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그룹 시가총액이 늘어난 것은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라며 "현대차그룹은 IT가 없고, LG그룹은 전자와 디스플레이에서 삼성전자에 비해 약하다"고 분석했다.
그룹별 시가총액의 변화로 재벌총수의 보유주식 평가액 순위도 바뀌었다. 이건희 삼성그룹의 보유주식 평가액은 10월 말 현재 8조5천913억원으로 4개월 전 8조2천502억원보다 4.1% 늘어난 반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주식 평가액은 8조3천736억원에서 7조1천289억원으로 14.9% 줄어어 이건희 회장이 주식부자 1위에 올라섰다. 6월 말에는 정 회장의 주식보유액이 이 회장보다 1천234억원 많았지만, 증시의 대변동으로 1조4천623억원이 더 적어졌다.
또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3조808억원으로 4개월 동안 6.4%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같은 기간 동안 35.9%나 줄어든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2조3천346억원)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신동빈 롯데그룹회장은 19.3% 줄어든 1조9천127억원, 구본무 LG그룹회장은 17.0% 감소한 1조2천671억원, 허창수 GS그룹회장은 21.9% 축소된 8천872억원으로 대부분 보유주식 평가액이 20% 가량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