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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야’는 ‘셰익스피어가 남긴 희극 중 낭만적인 서정시와 노래, 격조 높은 유머 그리고 탄탄한 구성으로 가장 완성도 높은 희곡으로 평가 받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로부터 12일째 되는 밤, 즉 1월 6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탈리아의 오시노 공작을 환영하기 위해 엘리자베스 여왕 궁정에서 1601년 1월 6일 초연된 연극이 바로 ‘십이야’라고 전해진다.
줄거리는 이렇다. 난파를 당해 서로 헤어지게 된 쌍둥이 남매 바이올라와 세바스찬. 바이올라는 세바스찬을 찾아 헤매던 중 오시노 공작을 만나게 된다. 오시노 공작은 여자인 바이올라를 남자로 착각하고 그녀를 자신의 사랑을 전하는 전령사로 고용한다. 바이올라는 오시노 공작이 사랑하는 올리비아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러 가지만 정작 올리비아는 오시노 공작의 사랑 대신 남장을 한 바이올라를 사랑하게 되고, 바이올라는 어느새 오시노 공작을 사랑하게 되면서 이들의 사랑은 점점 꼬여간다.
이번 무대에 오르는 ‘십이야’는 이렇게 얽히고 설킨 사랑 이야기를 각기 다른 세 개의 색깔로 풀어낸다. 한 작품은 해설이 있어 쉽고, 음악이 있어 유쾌한 현대적 로맨틱 코미디로, 다른 한 작품은 서양의 고전과 우리의 전통을 엮은 마당놀이로, 또 다른 한 작품은 남성만으로 구성된 일본극단의 작품으로 관객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 해설이 있어 쉽고, 음악이 있어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 ‘십이야’
강동아트센터(관장 이창기, www. gangdongarts.or.kr)가 개관을 기념해 명작시리즈 첫 번째 작품으로 ‘십이야’를 선 보인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은 셰익스피어의 시대를 현대적으로 재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십이야’를 초연할 당시 장 시간 진행되는 공연 중간중간 광대가 등장해 관객을 집중시키고, 극의 중심에는 음악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것처럼 이번 ‘십이야’에서도 이러한 구성을 십분 살려낼 것이다. 극 속에는 광대 대신 연출가가 등장한다. 연출가 역할을 맡은 배우는 관객들에게 얼기설기 꼬여있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준다. 때로는 상황을 압축하거나 생략해서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다른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이들에게 등장과 퇴장을 지시하기도 한다. 실제 연출가의 분신으로서 연출가가 의도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바로 극 속의 연출가가 대신하는 것이다.
무대는 이런 연출가를 도와 객석을 포함한 극장 전체를 활용하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무대 위에는 전체적으로 통일감을 살려 가구와 배경을 설치하여 공간 이용을 극대화한다.
음악은 극을 완성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극의 분위기와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맞춰 작곡된 음악은 적재적소에 배치돼 구석구석을 채워준다. 무대 한 켠에서 피아노, 멜로디언, 플루트 그리고 우드블럭, 심벌즈, 오션드럼 등 다양한 타악기로 다채로운 어쿠스틱 사운드를 연주하면 배우는 가슴 시린 사랑고백을 노래로 표현하기도 하고, 신나는 격투를 벌이기도 한다.
연출은 유시어터의 상임연출을 역임하고 ‘음악극 젤소미나’, ‘채시라 모노드라마 여자’,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 ‘리어’ 등을 연출한 바 있는 연출가 김관이 맡았다. 11월 17일 ~ 12월 11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 1만~2만원. (02)440-0500
■ 한 바탕 마당놀이로 만나는 ‘십이야’
서울남산국악당이 “전통, 새 옷으로 갈아입다”라는 기획으로 전통예술의 타 장르와 컨버젼스를 통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한 시도로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다. 해외 고전을 한국의 미학과 전통을 접목시켜 새로운 해석과 이미지의 무대로 선보여 온 ‘극단 여행자’가 제작한 ‘십이야’는 서울남산국악당의 전통적인 풍경과 무대에서 한국의 색채와 어우러져 한국의 멋과 미학을 한껏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남사당패의 놀음을 연상하게 하는 이번 작품은 ‘남장여자’로부터 비롯되어 얽히고 엮이는 사랑의 에피소드와 코미디를 남자 배우들의 무대로만 구성하여 ‘남장여자’, ‘여장남자’ 등의 작품의 구조와 연출 컨셉의 구조가 뒤얽히며 더욱 위트 있는 무대로 꾸민다. 특히 신체의 움직임과 무대 이미지의 미학이 더욱 돋보이는 ‘극단 여행자’만의 특징을 엿볼 수 있으며 남자배우들만으로 구성, 보다 역동성 있고 흥에 넘치는 무대를 만들어낸다.
사람, 사랑, 꽃의 아름다움에 착안해서 등장인물을 토종 야생화의 이름으로 바꾼 이 공연은 쌍둥이 세바스찬과 바이올라는 ‘청가시’와 ‘홍가시’로, 오시노 공작은 ‘산자고’, 섬처녀 올리비아는 ‘섬초롱’, 올리비아의 삼촌 토비 경은 ‘맥문아재비’, 놀고먹는 식객 앤드류는 ‘패랭이’, 바다사람 안토니오 선장은 ‘해국’, 노랫광대 페스테는 ‘꼭두서니풀’, 집사 말볼리오는 ‘쑥부쟁이’, 유모 마리아는 ‘비수리’, 하인 페이비안은 ‘구술붕이’로 캐릭터의 성격과 국어와 영어의 어감을 고려해 이름을 붙였다. 연출은 서양의 고전과 우리의 전통을 엮어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온 연출가 양정웅이 맡았다. 11월 11일 ~ 11월 20일. 서울남산국악당. 3만원. (02)2261-0512~5
■ 일본 꽃미남 배우들이 펼치는 ‘십이야’
남자 배우들 40명과 여성 연출가 1명으로 구성된 일본 극단 ‘스튜디오 라이프’. 올해로 창립 26주년을 맞는 저력의 일본 극단 ‘스튜디오 라이프’가 서울 대학로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를 선보인다.
셰익스피어 시절에도 연기자는 전원 남자였다. 셰익스피어는 사회 관념상 어쩔 수 없이 남자배우들로만 연극을 만들었지만, ‘스튜디오 라이프’는 공연철학을 바탕으로 미학적으로 철저히 계산하여 남자들만을 배우로 캐스팅했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추는 남자배우들의 격정적인 춤사위 속엔 인생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기쁨과 슬픔이 녹아 있다. 이 극단 남자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품어내는 강렬한 힘 속에는 역설적이게도 관객들로 하여금 삶의 의미를 더욱 애틋하게 느끼게 하는 마력을 담고 있다. 드레스 속에 숨겨진 남자배우들의 힘은 관객들을 “사람”과 “인생”이라는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스튜디오 라이프’는 2006년에 처음 셰익스피어 작품에 도전하여 지난 6년 동안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십이야>,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 4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에서 극단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살아있는 힘과 기쁨”을 대사와 노래, 배우들의 에너지를 통해 관객들이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일대 축제극으로 만들어 한국의 연극팬들에게 보여 주고자 한다. 11월 18일 ~ 11월 19일. 동덕여대공연예술센터. 2만5천원 ~ 5만원. (02)785-6843